일본 사는 남자

퇴근길에 종종 카라호리 상점가를 지나갑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 일본의 상점가의 아케이드는 비를 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카라호리 상점가를 끝까지 가면 타니마치 도로가 나오는데 도로를 건너면 길지는 않지만 카라호리 상점가가 이어져 있습니다.


상점가 끝자락에 항상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음식점이 있는데, 늘 손님으로 가득차 있지만 외관만 보면 그다지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M군과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찾아간 가게가 골든위크 휴업이라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 문득 이곳이 근처에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간판에 대중식당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정말 대중식당다운 인테리어입니다. 


연휴라 이곳도 한가해 보이는데 평소 필자가 지나가는 저녁시간이면 늘 십여명씩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어두워진 저녁에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면 타치노미야(立ち飲み屋)라고 하는 서서 마시는 저렴한 술집같은 분위기인데, 이 가게의 어떤 점이 사람들이 줄을 서게 만드는 것인지 늘 궁금했습니다.



줄 서지 않고 바로 들어오긴 했지만 꽤나 사람들이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메뉴를 가져다 줍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정식메뉴를 주네요.


가격만 보면 런치메뉴로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대입니다.


그럼 맛이나 양으로 승부하겠구나 생각을 하고 멘치까스정식과 카라아게정식을 주문합니다.


저녁에는 밥보다는 술안주를 주로 파는 것 같은데 물어보니 런치메뉴외에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추천메뉴를 하나 더 주문했습니다.



아주 청결한 주방은 아닌데 다들 뭔가 바쁘게 쉴틈없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주방을 중심으로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좌석이 둘러져 있습니다. 테이블은 없네요.



런치메뉴외에 따로 주문한 일품요리가가 먼저 나왔습니다.


肉豆腐(니쿠토우후)라는 메뉴인데 두부위에 푹 삶은 소고기가 올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갈비찜과 비슷한 양념인데 고기가 굉장히 부드럽고 간이 잘 베어 있습니다.


고기만 먹으니 맛있는데 두부랑 같이 먹으니 살짝 싱겁네요.


그래서 국물이랑 같이 먹으라고 숟가락을 같이 주나 봅니다.



주문한 카라아게 정식이 나왔습니다.


특이하게 카라아게 위에 이치미(一味)가 뿌려져 있네요.


볼륨이 아주 훌륭한데 먹어보니 맛도 좋습니다.


양배추 샐러드와 감자샐러드, 마요네즈가 한 접시에 담겨 있습니다.


카라아게는 그냥 먹어도 되고,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멘치까스 정식입니다.


소고기를 잘게 갈아놓은 것을 일본에서는 '멘치'라고 하는데, 돈까스의 돼지고기 대신 멘치를 넣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모양은 돈까스보다 고로케에 가깝습니다.


멘치까스 정식은 멘치까스, 포테토 고로케, 카라아게 가 각각 하나씩 나옵니다.


멘치까스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왜 다른 것들이랑 같이 나왔을까 하며 조금 아쉬웠는데, 포테토 고로케를 먹는 순간 그런 아쉬움은 환호로 바뀌었습니다.


속이 꽉 찬 포테토 고로케의 내용물은 여느 고로케의 두배는 될 것 같고 겉의 튀김도 고소하고 바삭해서 굉장히 맛있습니다.


물론 멘치까스도 엄청 맛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주 고급스러운 맛과 분위기는 아니지만, 저렴하고 양이 많은 것에 비해서는 굉장히 맛있는 곳입니다.


저녁에 술안주로 파는 메뉴는 100엔대부터 종류도 다양한데 어느 메뉴도 부담이 없는 가격대입니다.


'소노다'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라고 적혀 있는데 인상적인 것은 '연중무휴' 라는 점입니다.


언젠가 퇴근 후 술한잔 하러 와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