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한국도 비가 온다고 하는데, 오사카도 비가 오고 있습니다. 한일커플인 M군이 아침부터 전화 와서는 여자친구와 함께 짬뽕 먹으러 같이 가자고 합니다. M군은 라이라이의 깐풍기를 특히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점심을 라이라이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중국 음식점은 굉장히 많지만 한국식 중국집은 많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 난바에 살 때는 자주 갔던 곳인데 이사하고 한동안 못가봤습니다. 


마침 그 근처에서 일하는 친한 동생 L군이 생각나서 함께 식사하자고 연락했습니다. L군도 한일커플에서 결혼까지 골인한 한일부부입니다. 그러고 보니 주위에 한일커플이 꽤 많네요. 대부분 한국남자와 일본여자의 조합이 반대의 경우보다 많은 듯 합니다.


L군의 사무실 앞에서 만나서 함께 라이라이로 향합니다.


사장님은 한국에서 태어난 타이완 화교인데 직접 요리를 하십니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모두 유창하십니다.


홀 서빙하시는 분이 사모님인데 일본분입니다. 일본어밖에 못하시지만 주문에 관련된 간단한 한국어는 하십니다.


최근 민박집이 많이 생긴 시마노우치라는 동네에 위치하고 있는데, 제가 알기로 이 부근에서 한국인, 중국인 등 외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중 간판과 주인이 바뀌지 않고 계속 영업하고 있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무려 15년 정도 장사하고 계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갔지만 얼굴을 알아봐 주시고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점심시간에 가서인지 주문을 하고도 음식이 나올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이곳은 한국식 중국집답게 배달도 하고 있어서 점심시간이 무척 바쁜것 같습니다. 


드디어 하나씩 음식이 올라옵니다.



M군이 좋아하는 깐풍기입니다.


양념이 굉장히 맛있어서 M군은 항상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먹고는 합니다.



필자가 좋아하는 물만두입니다.


일본 라면집이나 교자 전문점을 가면 항상 군만두를 먹지만, 라이라이에 오면 꼭 물만두를 먹습니다.



일본에서는 '에비치리'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칠리새우'라고 하나요?


칠리새우도 즐겨먹던 메뉴중 하나입니다.


요리들을 보니 술안주 같아서 대낮부터 한잔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삼선볶음밥도 M군이 굉장히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각종 해산물과 야채, 버섯 등 내용물이 알찹니다.


애기하면 짜장도 무료로 얹어 줍니다.



L군이 주문한 짜장면입니다.


일본에서 짜장면은 한국식 중국집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메뉴 중 하나입니다.


라이라이의 짜장면은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편입니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통의 짜장면과는 다르게 야채나 고기 건더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라이라이의 짜장면은 유니짜장이기 때문입니다.


유니짜장은 고기, 야채등을 잘게 다져서 만드는데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입니다.


한국의 중국집에서 유니짜장을 파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이게 무슨 짜장면이냐 라는 말도 듣지만 한국에서도 일반 짜장면에 비해 비싸게 팔리는 메뉴입니다.


한국인이 많이 오기 때문에 손님들 입맞에 맞춰 일반적인 짜장면을 팔아도 될텐데 라이라이 사장님은 유니짜장을 고집하신다고 합니다.


유니짜장도 맛있게 잘 먹지만 필자는 라이라이의 간짜장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분들 사이에서 한국 짬뽕보다 맛있다고 유명한 라이라이의 짬뽕입니다.


게를 비롯해 각종 해물과 야채가 듬뿍 들어 있어. 텁텁하거나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고 칼칼한 짬뽕 국물이 일품입니다.


짬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다른 사람이 먹을때 항상 조금씩 얻어 먹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식 중국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M군의 일본인 여자친구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다행입니다.


먹다가 중간에 머리끈으로 머리를 질끈 묶던데, 이를 본 M군이 여자친구에게 '혼키야나' 라고 합니다.


本気やな(혼키야나)라는 말은 '진심이네' '제대로네' 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음식을 먹을 때 정말 맛있으면 머리끈을 묶고 본격적으로 먹는게 버릇인 여자친구에게


'머리끈 묶는거 보니 진심 맛있나 보네'


라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처음 데려간 M군의 여자친구가 정말 맛있게 잘 먹어줘서 더 좋았던 점심식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