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일본에 오래 살면서 일본인 못지 않게 많은 중국인 친구를 사귀게 됬다. 그 중에는 중국음식점 사장들이 많은데, 워낙 넓은 중국이다보니 고향들도 제각각이고 출신 지역에 따라 음식도 모두 틀리다. 항상 아들처럼 생각해 주시고 나 역시 아버지라고 부르는 중국인 사장님이 계시는데,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왔다고 대접해 주신다며 우리를 부르셨다. 처음보는 사람이지만 단지 나한테 중요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대접을 해주신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예전부터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면 꼭 자리를 만들어 내 체면을 세워주시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이 없다. 이번에 우리를 초대한 곳은 福華酒家(후쿠카슈카)라고 하는 중국음식점이다. 예전에 한번 온 이후로 이번이 두번째인데, 굉장히 맛있는 곳이다.


이 곳의 사장님은 14세부터 중국에서 음식을 배우기 시작해서 과거 일본에서 굉장히 크게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중간에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지금은 가게가 조금 작아지긴 했지만, 워낙에 실력이 있다보니 항상 손님들이 많다. 주변 중국음식점 사장님들도 이 분의 실력은 모두 인정할 정도로 음식솜씨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넷 평점도 굉장히 좋고, 방송국에서 촬영도 자주 나와서 TV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곳이다. 


대충 음식을 주문하고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건 주문을 하기도 전에 술과 함께 나온 서비스 메뉴이다. 친분이 있어서인지 서비스를 미리 준비해 둔 듯 하다. 한국의 편육같은 모양인데 굉장히 부드러우면서 탄력있는 식감에 다른 양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간도 딱 좋다.



한눈에 하루마끼(춘권)라는 것은 알겠지만 겉을 둘러싼 춘권피가 일반적인 하루마끼와 전혀 다르다는 것도 알수 있다. 보통 공장에서 나오는 밀가루로 된 피를 쓰는 곳이 대부분인데, 이 곳은 피를 직접 만든다고 한다. 물론 식감도 전혀 틀리고 맛있다.



한국말로 하면 갈비탕수육이라고 해야하나? 방송에도 소개된 메뉴라고 한다. 새콤달콤한 소스와 갈비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좋은 맛을 내고 있다.



해파리볶음이다. 해파리냉채만 먹어봤는데 볶음은 처음이다. 닭고기와 오이를 함께 넣고 볶아낸 해파리볶음은 냉채와는 전혀 다른 담백한 맛을 낸다.



내가 있으면 어떤 중국음식점을 가더라도 꼭 주문해 주시는 건두부 요리다. 음식점마다 쓰는 건두부의 종류와 조리법이 다르지만 워낙 건두부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꼭 주문해 주신다. 대파와 함께 무쳐낸 건두부는 파의 풍미와 함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완자 튀김이다. 고기의 잡내나 비린내 없이 밑간이 잘 되었고, 밀도있게 꽉찬 속을 얇은 튀김옷이 바삭하게 감싸고 있다.



공심채 볶음이다. 중국음식 중에는 이렇게 야채만 볶아서 내는 메뉴가 꽤 많은데 의외로 이런 메뉴가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 온 손님이 이 공심채 볶음을 혼자서 거의 다 먹을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다른 음식도 다 맛있지만 이렇게 맛있게 야채요리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맛은 있었지만 사실 평소보다 살짝 더 볶아져서 완성도 90%밖에 안되는 요리라고 한다. 지금보다 살짝 덜 익혀서 보다 아삭한 맛이 살아있을 때가 식감이 훨씬 좋다고 한다. 



게살 샐러드인데 게살보다 접시 가장자리에 있는 하얀색 야채를 더 맛있게 먹었다. 무 같이 생긴 저 야채는 죽순이다. 일반적인 죽순과는 모양이 다른데, 바로 대만 죽순이라고 한다. 식감도 맛도 보통의 죽순과는 조금 틀려서 먹어본 사람이 아니면 죽순이라는 걸 모를 수도 있을 듯 하다. 샐러드의 드레싱도 새콤달콤짭쪼름한 감칠맛이 나는데, 새콤한 맛이 그냥 식초의 맛이 아니라 발효에 의한 신맛처럼 느껴진다. 약간의 건더기가 있는데, 양파를 간장에 절여 삭힌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뭔가 묘한 맛의 드레싱인데 자꾸 손이 가는 맛이다.




이 외에도 이것저것 서비스로 많이 주셨는데 그 중 한국에서 온 손님이 싸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맛있게 먹었던 것이 바로 이 '고마당고'이다. 한국에서는 참깨경단이라고 하는 것 같다. 속의 검은 부분은 검은깨로 만들었다고 한다. 전체적인 식감은 물론 부담스럽지 않게 적당히 단 맛이 일품이다. 


우리가 주문한 술 외에도 사장님께서 아주 좋은 니혼슈(정종)과 고량주를 내어 주시며 같이 마시기도 했다. 



우리가 예약한 날이 공교롭게도 정기휴일이었는데 아버지가 예약을 하신 것도 있지만, 마침 그 날 방송 녹화가 있어서 가게를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 나온 김에 장사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친분이 있어서인지 방송 관련 자료도 보여주셨는데 여러 곳에서 방송촬영 의뢰가 들어와 있었다.





워낙에 방송에 자주 나가는 곳이라 꽤 유명할 것 같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가 있지만 나조차도 따라오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정도로 한국인들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 온 손님이 얼굴이 활짝 펴서 너무 맛있다를 연발하는 덕에 대접해주신 분도 나도 모두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이 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