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오랜만에 복잡한 우메다를 갔다. 관광객으로로 북적이는 난바나 도톤보리, 신사이바시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관광객이 적은 우메다가 보다 일본스러운 느낌이 나는 요즘이다. 오사카에서 가장 현대적인 곳이 가장 일본스러운 분위기라니 뭔가 아이러니하지만 관광객이 아닌 일본인들에 둘러싸인 느낌이라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일본인 친구와 만나기로 한 곳은 우리가 처음 만났던 '오사카 에키마에 다이3비루'라는 빌딩이다.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 전망대 가 지어지기 전까지는 오사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건물로도 유명했던 건물로, 아직도 상층부에는 전망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모처럼 추억돋는 곳을 찾아온 우리는 예전에 즐겨 먹던 음식점을 가보기로 했고, 왠지 우동이 먹고 싶었던 나는 우메다에서 일을 할때 한달에 두세번은 꼭 갔던 우동집이 가고 싶어졌다. 그곳은 다이3비루의 지하2층에 위치한 우메다 하가쿠레(梅田はがくれ)라는 우동집이다. 


이곳은 브레이크 타임이면 항상 면을 발로 밟아 반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인데, 면발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다. 특히 국물 우동보다는 냉우동이 유명하며, 차가운 면만 담긴 그릇에 나마조유(生醤油)라는 이 가게만의 특제 생간장을 뿌려서 먹는 나마조유 우동이 간판메뉴라 할 수 있다. 특제 나마조유(생간장)을 따로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곳이다.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여서 발걸음을 재촉하여 도착한 우리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항상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던 가게가, 브레이크타임도 아닌 시간에 문이 닫혀 있다. 이게 무슨 일이람 ;;;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우리는 차선책으로 하가쿠레 우동과는 조금 틀리지만 맛있는 냉우동 전문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오도루 우동(踊るうどん)이라는 이름의 가게인데, 춤추는 우동이라는 뜻이다. 하가쿠레 우동과 같은 층에 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으므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이 영업중인 것을 확인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예전과 다름없는 특이한 좌석배치 등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도 자주 오던 곳 중 하나이므로 망설임없이 늘 주문하던 메뉴로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드디어 주문한 우동이 나왔다. 국물없는 냉우동위에 소고기와 계란, 그리고 마이타케(舞茸)라는 버섯의 튀김이 토핑으로 올려져 있다. 옆에는 간 무, 파, 스다치(すだち)를 기호에 맞게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따로 담아 놓았고, 유리병에는 뿌려 먹는 간장이 들어있다.


소고기는 간장으로 간을 했고, 계란은 온센타마고 라는 반숙 계란이다.


스다치는 한국어로는 영귤이라고도 하는데, 과육을 먹기보다는 주로 즙을 짜서 신맛을 내는데 사용한다. 


마이타케라는 버섯은 사전검색에도 제대로 된 한국어가 나오지 않는데, 버섯의 한 종류로 모양은 아래 사진과 같다. 일본의 슈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버섯이다.



나는 위의 재료들을 다 집어 넣고 골고루 간장을 부어 먹는다.



이렇게 모든 토핑을 올리고 간장을 붓고 먹으면 되는데 나는 가급적 짜장면 비비듯이 마구 섞어먹지 않는다. 사람마다 기호가 틀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젓가락에 집히는 대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우메다 하가쿠레(梅田はがくれ)의 차선책으로 오기는 했지만 오도루 우동(踊るうどん) 역시 상당히 유명한 음식점이다. 최근에는 티비를 자주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이 곳에 연예인들과 함께 방송국에서 촬영하는 모습도 여러번 봤고, 맛집 프로그램에도 자주 소개되던 곳이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가서인지 내 입맛이 변해서인지 간장 맛이 예전보다 좀 싱거운 느낌이 들어서 생각보다 많이 뿌려먹게 되었다. 오사카의 유명한 맛집들도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맛이 변해가는 것을 종종 경험하는데, 정말 맛이 변한 건지 내 입맛이 변한 것인지 아직은 구별을 잘 못하겠다. 친구녀석은 여전히 맛있다는데 내 입맛이 이상한가? 


간장 맛이 조금 연하게 느껴지는 것과 누가 튀겼는지 튀김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맛있는 한끼였다. 특히 이 친구와 자주 오던 가게에서 오랜만에 함께 먹으니 혼자 불평을 하면서도 즐겁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