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근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취업이 늘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미국, 캐나다, 유럽등에 비해 적은 숫자지만 주목할 점은 증가율입니다.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히 그 비율도 늘어났겠지만, 한국가 가깝고 같은 동양 문화권이며, 언어습득이 비교적 용이하다는등의 이유로 서양권보다 정착하고 적응하기 쉽다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하지만 분명히 아셔야 할 것은 흔히들 말씀하시는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입니다.

 

일본을 비롯 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고 싶은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외국가면 지금보다는 낫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은 절대 버리시라는 겁니다.

그런 막연한 꿈을 안고 별다른 준비나 계획도 없이 오시면, 기대와 다른 일본생활에 금방 지치시게 될 겁니다.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 다른 외국도 마찬가지지만 이제 막 거주하기 시작했을 무렵은 한국과 다른 이국적 생활에 들뜨고 모든게 좋아보이고 여기서 새롭게 출발하면 다 잘될 것 같은 기분좋은 시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만 하는 곳이란 말입니다. 한국이 조기퇴직, 청년실업, 가계부채 등 서민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일본도 최근 노인들이 매달 수령하는 연금이 삭감되었고, 전국구 대형 프렌차이업체가 점포수를 대폭 축소했다는 등 나름대로의 경제, 사회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본인들도 서로 치열하게 밥그릇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데 과연 외국인인 여러분은 그 틈에서, 그들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자신이 있으십니까?


저에게도 일본에서 살고 싶으니 준비를 좀 해달라는 지인분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그 중 몇 분은 저를 만나러 여러번 왔다 가셨습니다.


'일정금액을 회사에 투자하면 매달 얼마정도 이익금을 줄 수 있겠니?'

'일본에서 먹고 살려면 뭐하면 잘될까? 얼마면 되니?'

'정착할 자금은 있으니까 가서 먹고 살수 있게 세팅 좀 해줘.'

'네가 하는거 나도 같이 좀 하면 안될까?'


이런 부탁들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어느 누구를 봐도 가장 중요한 목표, 목적이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저 아무런 계획도 목적도 없이 단지 한국보다 외국에서 사는게 나을거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고서야 저런 부탁을 저에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런 분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는게 있습니다. 




너만 믿고 간다.


가장 난감한 말씀이 '너만 믿고 간다' 입니다.

이럴때는 정말 아는 분들이 더 무섭습니다. 저만 믿고 오시다니요, 무슨 그런 책임감 없고 끔찍한 말씀들을 하시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인생과 가족들은 본인이 책임들 지셔야지 왜 저에게 책임을 지우려 하십니까? 저런분들이 나중에 일본 생활이 생각처럼 잘 안풀리면 하나같이 저를 원망하실 분들이십니다. 그렇게 책임은 지우려 하시면서 저렇게 부탁하시는 일에 대해 저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아무도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아는 사이니까 이 정도는 해주겠지'

'돈드는 일도 아닌데 좀 해주면 되지'


이런식으로 생각하시겠죠. 일 부탁할 때는 아는 사이니까 공짜로, 근데 나중에 잘못되면 너때문이야. 이건 아주 한국인 종특입니다. 일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저런식으로 아는 사람 다 상대해주면 제 할일은 언제 하며, 여러가지 신경 쓰려면 제가 힘들어서 안됩니다. 그리고 타인의 경험이나 시간을 이용할 때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제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부탁하는 사람은 한사람이지만 부탁받는 사람은 여러명에게 부탁을 받습니다. 또한 내가 자신없고 부족한 부분을 나보다 더 잘 하는 사람에게 맡겨서 어려운 길을 쉽게 가는 것이 컨설팅의 목적인데, 전체를 책임 지라고 할거면 그냥 아예 시작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큰 그림도 없이 저에게 모든걸 맡기고 모든걸 건다? 저를 과대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결코 기쁘지는 않습니다. 책임전가할 상대가 되어 드리고 싶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죠. 


해주고 욕먹는다 라는 표현이 딱인 상황이 되는 겁니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일본에 정착하기까지의 리스크를 최소화 해드리고, 보다 빨리 적응하고 수익창출 할 수 있게 도움을 드릴 수 있을 뿐 반드시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사업해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시작한다고 다 잘 되던가요? 시작하기 전에는 다들 희망찬 미래를 꿈꾸지만 현실은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에서 많이 접하듯 다 성공할 것 처럼 떠들어대던 통닭집, 피자집, 편의점이 오늘 또 폐업을 하고 또 새로이 오픈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닙니다. 무조건적인 성공플랜은 누구도 없습니다. 그런 곳이 있다면 저도 소개 좀 시켜주세요. 노력과 위험감수 없이 너무 안이하게 성공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단 저는 모든 부탁을 거절했습니다. 궁금한게 있으면 제가 아는 선에서 알려드릴 수는 있지만, 제가 모르는걸 일부러 묻고 찾으면서까지 알려드리지도 않을 겁니다. 아는 사람이라고 잘해 주는거 없습니다. 스스로 열심히 하려는 사람을 더 도와 주고 싶습니다. 저런 마인드로는 외국 안나가는게 좋습니다. 그냥 한국 사는게 좋습니다.


외국 생활은 또하나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설픈 마인드로 오시면 고생만 하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시게 될 겁니다. 자의든 타의든 주재원으로 오시는 분들이나, 뜻한 바 공부를 하기위해 유학 오시는 분들을 제외하고, 일본이 한국보다 살기 좋아 보인다, 한국보다 기회가 많아 보인다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오실 분들은 안 오시는게  좋습니다. 그런 분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외국인이 벌어먹고 살려면 그들보다 더한 열심이 있어야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본에 10여년 거주하면서 많은 유학생, 워홀러, 직장인, 사장님들과의 인연이 있었습니다. 지금껏 일본에서 저랑 인연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분들도 계시지만 어느새 일본생활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수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에는 직장에서 적응을 못해서 힘들어 하신분, 사업하다 파산하신분, 사기 당해서 빛더미에 앉으신 분, 인테리어 업체랑 계약이 잘 못되어 운영도 제대로 못해보고 가게를 닫으셔야 했던 분, 더 있고 싶지만 비자갱신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귀국하시는 분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실패한 사례도 못지 않게 많습니다. 이민이나 해외거주를 고려하고 계시다면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적으로 해외에 정착해서 살기 위한 계획을 심각하게 세우시길 바랍니다. 


지금 저희 집에 일본 자동차 회사에서 엔진 개발하던 후배가 놀러 와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시간외 근무량에 지쳐서 사표를 제출했는데, 자의로 퇴직시 퇴직금은 사내규정에 의해 절반도 채 못받는다는 어이없는 말을 듣고 왔다 합니다. 자의로 퇴직할 시 실업급여의 수령금액이 적어지기는 하지만 퇴직금이 줄어든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 노무사와 변호사에게 문의할 예정입니다. 이 친구도 3개월 이내에 전직을 하지 못하면 비자문제로 한국을 돌아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사택에 살고 있던 터라 퇴직과 동시에 집을 구해서 이사도 해야되는데, 최악의 경우 이사를 하자마자 짐정리해서 귀국해야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에 살았다면 최소한 비자 걱정은 안해도 되지만 일본에서는 구직과 비자를 동시에 걱정해야 됩니다. 일본 자동차회사 개발자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대단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후배는 여러가지 걱정에 머리가 아픕니다. 좋은 예제가 우리집에 있었군요.


절대 유학원이나 이민 알선업체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마시고, 희망도 가져야 하지만, 최악의 상황도 가정하여, 서두르지 말고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조사하고 준비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