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전화번호를 정리하다 보니 문득 일본어학교 다니던 시절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생각났습니다. 첫인상이 무척 안좋은 녀석이었는데 알고 봤더니 진국이라 굉장히 친해진 녀석입니다. 이 녀석과 참 재밌는 추억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 중 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소개 할까 합니다.


저보다 6개월 먼저 일본어 학교를 다니고 있던 동생은 제가 초급반일 때 이미 중급반에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중급반 수업 중 일본 지도를 보면서 지명을 공부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프린트 된 일본 지도를 한장씩 나눠 주었습니다. 전날 마신 술이 덜깬 이 친구는 프린트를 받고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책상위에 두었는데, 갑자기 독도라고 적혀 있어야 할 자리에 일본어로 다케시마라고 적혀있는 것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평소 좀 과하게 애국심이 넘쳐나던 그는 순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같은 반 학생들의 프린트를 모두 수거해서 자기 자리에 다시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일본어 다케시마라는 글씨를 모두 지우고 한글로 독도 라고 고쳐적은 후 다시 학생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수업중이던 선생님은 크게 당황했고 이 친구는 선생님께 무척 강하게 항의를 하여 수업 중에 교감 선생님까지 교실에 오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독도는 한국땅인데 왜 다케시마라고 적어놨는지 또박또박 따져묻자 일본인인 선생님은 일본 교육 방침상 그렇게 해야한다며 변명을 했지만, 조목조목 독도가 한국땅임을 설명하자 선생님들도 그저 규정상, 교육방침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같은 이야기만 반복했습니다. 결국 수업은 한글로 독도라고 표기된 지도로 진행이 되었으며, 적어도 그 교실에 있던 외국 학생들은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임을 분명히 알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독도는 우리땅!!!


그러나 다케시마는 일본땅이 맞습니다. 

일본이 다케시마를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지도를 잘 보시면 바다위에 다케시마(竹島)라고 표기된 섬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나고야에서 남동쪽에 위치한 아이치현 가마고리시에 일본땅 다케시마(竹島)라는 섬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케시마는 이렇게 생긴 섬입니다. 한자대로 하면 대나무섬이라는 말인데 대나무숲은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신사도 세개나 있습니다. 이 섬이 바로 일본땅 다케시마 입니다. 다케시마는 일본땅이 맞습니다. 다케시마가 일본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인과 싸우지 말고 그냥 인정해 줍시다. 다케시마 너네 땅 맞다고 말입니다.

독도는 우리땅, 다케시마는 일본땅!! 이러면 모두가 해피할텐데 말입니다. ㅎㅎ



일본에서 살다보면 가끔 역사 문제로 일본인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야기를 하다보면 일본인들은 어릴 때 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기 때문에 당연히 자기네 땅인줄 압니다. 그러나 자기네 영토이면서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점에 대해서 의문을 품거나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를 조사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정치, 외교 등 무거운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일본인은 한국인 보다 적은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는 더욱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어릴때 받은 교육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하다는 듯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나마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우리나라가 그러하듯 당연히 자국을 변호하려는 일본인이 조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가끔 고지성의 일본인을 만나면 독도는 원래 한국 땅이 맞다. 그러나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이러저러한 배경 때문에 아직도 분쟁을 하고 있으며, 일본이 한국에 잘못을 한것을 인정하며, 사과하고 싶다. 그러나 과거 한국정부의 부적절한 결정과 대응이 분쟁을 끝내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라는 말을 하는 일본인이 있습니다. 사실에 근거한 논리적 설명과 함께 저에게 고개숙여 사과한 일본인도 있었습니다. 



한일감정이 좋다 안좋다 말들을 하지만, 저같은 경우는 일본에서 살면서 한국인이라고 차별 받아본 적도 없고, 초기에 일본인들과 언쟁은 자주 했지만 그것도 겪다보니, 정말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외에 아는 것이 없어서, 그렇다고 자기 나라에서 배운 역사를 외국인 한사람 말을 믿고 부정하기도 쉬운일은 아니니, 그냥 배운대로 주장하는 것 뿐, 한국에 특별히 감정이 있어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게 제 경험상 느낀 점입니다. 물론 극우단체 등 혐한을 조장하는 단체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정치세력과 연계가 되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극우단체는 평범한 일본인들도 무서워하고 꺼려하고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역사를 바르게 해석하고자 하는 민간단체들도 많이 있으므로, 저들이 정말 몰라서 그렇구나, 우리가 북한 하면 빨갱이라는게 머리에 박혀있듯 그들도 어릴때 부터 받은 교육으로 그렇게 각인되어 있을 뿐 특별히 악감정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고 한국에서 일본을 바라볼 때도 너무 감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개인적으로 한일관계가 아주 좋아져서 양국간 교류도 보다 활발해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혐한 시위나,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일간 댓글싸음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한일 양국이 역사문제를 청산하고 문화, 경제 등 다방면에서 보다 교류가 활발해 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