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사이 오사카에도 중국인이 부쩍 늘어났네요. 단순히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도 굉장히 많아진 느낌입니다.
한국음식점이 더 많았던 골목에 이제는 중국음식점이 더 많아졌고, 관광지의 각종 점포에는 중국인 점원들이 태반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음식점, 관광업, 숙박업, 면세점, 소매점, 드럭스토어, 구매 및 배송대행, 부동산 등 각종 사업은 물론 일자리까지 중국인들이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사카에서 중국어로 발행되는 신문을 보니 중국계 투자은행도 생겨서 중국인들의 부동산투자나 창업을 위한 대출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 중에는 아직도 중국인이 싫다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여럿 봤습니다만, 한류붐이었던 시절의 한국인 사업자들보다 지금의 중국인 사업자들의 위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고, 한국인은 이미 중국인에게 추월당한지 오래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한류붐을 통해 돈을 번 사람은 있어도 성장한 기업은 없다는게 제가 바라보는 한국인 사업자의 현 주소이고, 충분한 성장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던 점에 대한 제 생각을 쓰자면 내용이 길어지므로 따로 포스팅해 볼 생각입니다.
오늘은 그저 중국인들의 망년회에 초대받아 갔던 내용을 가볍게 쓰려했는데, 글 서두가 무거워 졌네요.
어쨌든 중국인들이 늘어남과 동시에 저도 중국인 인맥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이는 예전부터 저를 아들처럼 챙겨주시는 중국인이 인품이 좋고 발이 넓은 덕분에 자연히 자리를 같이 하게 되는 일이 많아져서 입니다. 중국인들끼리만 모이는 술자리에도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레 제 자리를 마련해 주시거든요. 더욱 감사한 것은, 중국인들 중에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해서 제가 친하게 지내도 될 사람만 소개시켜 주시는 거죠. 한국사람 저리가라 할 정도로 다들 술이 쎄서 때론 굉장히 힘들기도 하지만, 그렇게 술을 마시면서도 한번도 언성을 높이거나 사고 난 적 없이 항상 웃으며 시작해서 웃으며 끝나는 즐거운 술자리입니다.
연말에도 여러번 중국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 중 한번은 집으로 초대를 받아서 다녀왔습니다. 60평 규모의 중국식 이자카야를 경영하는 부부인데, 직원들보다 일을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하는 굉장히 성실한 노력파 경영자입니다. 가장 막내인 저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막내 그룹에 속하는 이 부부는 연말이면 꼭 하루 날을 정해서 정말 친한 사람들만 집으로 초대를 하는데, 항상 손수 음식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중국 식탁답게 상을 차려 놓았네요. 조촐해 보이지만 어떤 요리는 만드는데만 몇 시간이 걸리는 요리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음식점을 하시는 다른 분이, 제대로 하려면 4-5시간은 걸려야 할 요리를 1-2시간만에 해놔서 이건 인정할 수 없어~ 라고 했더니 들켰다는 듯 민망해 하는 모습에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사실 집에서 하는 음식이 맛있어서 라기보다는 맘편하게 술을 더 많이 마시기 위해서라고 할 정도로 진탕 마셔대서 솔직히 가기가 무섭습니다. 기본적으로 술도 준비해 놓지만, 오시는 분들 중 좋은 술이 있으면 한병씩 들고 오시는데 다들 고량주를 들고 오셔서....ㅜㅜ 얼마나 마셨는지 한 분은 쇼파에서, 한 분은 의자에서 잠들었다 갔고, 저도 어떻게 집에 왔는지 기억도 없었네요. 그 와중에도 끝까지 드시고 멀쩡히 집에 가신 분도 계시니 주량이 가늠이 안됩니다.
중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이 한분 계셨고, 저도 중국어를 못 하기에 일본어와 중국어가 동시에 오고가는 시끌벅적한 술자리였지만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예로부터 한국인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일본에 살면서 제가 느낀 바로는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훨씬 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인 전체가 그런 것인지 일본에 사는 한국인에만 해당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에 오래 살면서 겪어 온 한국인들은 솔직히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제가 일부러 한국인들과 자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렇게 되더라구요. 좋지 않은데 억지로 만날 수는 없으니까요.
한국에 살 때는 나름 마당발 소리를 들었는데, 이 곳에서는 한국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제 성격이 변했거나 이 곳의 한국인들 중 좋지 못한 사람들이 많거나 둘 중 하나겠네요. 초기에는 저도 꽤 많은 한국인들과 어울리기도 했었는데, 차츰 이렇게 변해왔습니다. 이유나 원인이 어찌됐건 지금은 국적에 상관없이 정말 믿을만하고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됩니다. 아는 사람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냥 집에 초대받아 다녀온 이야기 간단하게 쓰려 했는데, 글 서두에서도 그러더니 오늘은 이상하게 글이 자꾸 다른 방향으로 새는군요. 빨리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
결론은, 잘 먹고 잘 놀다 왔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