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NHK 홍백가합전에 트와이스가 출연한다고 합니다. 케이팝 아이돌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얼마전 4년만에 일본TV에 출연한 빅뱅을 제외하면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 가 활동하던 2011년 이후 무려 6년만입니다.
일본에서는 '겨울연가'의 배용준 등 소위 한류스타라고 불리는 배우들이 인기를 얻었던 2004년 전후를 1차 한류붐이라 하며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 등 케이팝 아이돌이 중심이 된 2010년 전후를 2차 한류붐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왕성한 활동을 하던 한류스타들을 한일간의 정치적 관계 악화등이 원인으로 TV에서 볼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고, 혐한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한류붐도 사그라드는 듯 했습니다.
한류붐은 식었지만 케이팝 아티스트들은 일본판 앨범을 발매하고 라이브공연을 꾸준히 하면서 음원차트에서도 상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일본의 황금시간대 TV프로그램 출연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홍백가합전, 뮤직스테이션 슈퍼라이브 등 대형 음악 프로그램에 케이팝 아티스트가 6년만에 출연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트와이스는 일본의 연예인도 따라할 만큼 엄청난 유행을 몰고온 TT포즈와 함께 일본의 중고등학생 유행어 대상 1위를 차지하며 올해의 브레이크 아티스트로 선정될 만큼 케이팝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역시 한국에서의 인기는 물론 미국의 빌보드차트에도 랭크되는 등 많은 활약을 보이며 일본에서의 팬층도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경우 SNS등을 통해 엄청난 팬덤을 구축해 오기는 했지만, 아직은 일본에서 대중적인 지명도는 낮다는 평가입니다. 때문에 TV를 통해 일본의 안방까지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며 황금시간대에 방송하는 이번 뮤직스테이션 출연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SHINee의 멤버 종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일본 언론에서도 이에 관해 기사들이 쏟아질만큼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만큼 일본에서의 한류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인기있는 빅뱅은 물론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 아티스트의 활약이 다시금 일본에 한류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2차 한류붐이 있었던 시절부터 한류가 혐한으로 바뀌는 것을 모두 경험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연예인이 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화제가 되는 것을 한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를 계기로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하게 되는 발판이 될 수 있기에 반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한류가 정치적인 사건을 계기로 순식간에 혐한으로 바뀌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고, 한류관련 산업은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익 신문인 산케이신문의 계열사인 후지테리비가 가장 많은 한류 드라마를 방영할 정도로 뜨거웠던 한류열풍이 갑작스런 혐한 분위기에 너무나 쉽게 식어버린 것은 왜일까요?
혹자는 일본에서의 한류가 겉핥기식의 한류였다고 평하기도 하듯, 일본에서의 한류는 한국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교류가 전제된 것이 아니라 단지 시각, 청각, 미각을 자극하는 하나의 유행에 불과했었다는 점입니다.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단지 일본을 나쁘게 폄하하려는 사람은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삼성, 엘지 등의 글로벌 기업조차 고전하고 있는 일본시장에서 정치, 역사적인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한류는 분명 경제, 문화적으로 보다 깊이 일본에 파고들 수 있는 기회였지만, 한국인은 그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국에 대한 좋지 못한 인상을 남긴 경우도 많아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류스타에는 열광하지만 한국 국민들에 대한 평은 그리 좋지 못한 일본이죠.
자세히 설명하기도 부끄럽지만, 일본 워킹홀리데이비자 신청시 20대의 젊은 여성들에게 비자발급을 잘 안해주는 이유, 대마도의 일본 상점에서 한국인을 거부하는 이유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류의 인기가 마치 자신의 인기인양, 일본여성은 한국남자라면 무조건 좋아한다는 착각을 하며 일본여성 꼬시기에 열심인 한국 남성들도 정말 부끄럽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하여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사업자들의 마인드에도 정말 많은 문제가 있었죠.
일본에서 한류스타가 인기라는 기사를 보면 자랑스럽고 기쁘기만 합니까? 한류의 시작은 한류스타가 계기일 수 있으나 결국 이를 통해 주목받게 되는 것은 한국입니다. 주목을 받을 때 좋은 이미지로 일본속으로 더 파고 들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피해자인 우리가 일본에 잘 보일 이유가 없다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본에 잘 보이자는 것이 아닙니다. 실리를 취하자는 거죠. 그저 일본에서 누가 인기라더라~ 대단해~ 역시 한국이야~ 라며 감탄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는 말처럼, 한류를 통해 한국이 주목받을 때가 바로 우리가 일본시장으로 진출할 때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거울삼아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한류는 다시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릅니다.
결국 배우나 아티스트가 한류의 시작이 될 수는 있지만, 진정한 한류는 한국인 모두가 일본이 열광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질 때 완성되며, 지속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한류의 진정한 주인공은 한류스타가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합니다. 일본에 좋은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은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이익이 생길 수 있을지언정 결코 손해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일본인이 상상하는 이상적인 한국인은 물론 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일본이 신뢰할 수 있고 닮고 싶은 한국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