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며칠전부터 M군이 시간을 비워놓으라고 한 날이 오늘이었네요. 깜박 잊고 있었는데 별다른 약속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혼날뻔 했습니다.


M군과 함께 볼일을 다 본 후 배고프다며 밥을 사주겠다고 합니다. 특별히 먹고싶은 것도 없었는데 오사카성에 있는 조테라스라는 곳에 가보자고 합니다.


사실 컨디션이 별로여서 조금 귀찮았지만 혼자 밥먹는 걸 싫어하는 M군이 저를 순순히 놓아줄 리가 없죠.


반은 끌려가듯 따라갔더니 여기저기 둘러보던 M군은 얼마전 괌을 다녀와서인지 하와이 레스토랑에서 먹자고 합니다.


ALOHA FOOD HALL SHO-GI 라는 음식점인데 굉장히 넓고, 보통의 일본 음식점과는 다른 인테리어를 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소재로 서핑보드를 활용하고 벽면에도 하와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해놓았네요.



중앙에는 음료을 서브하는 바가 있고 주인인지 아르바이트인지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주문을 받고 음료를 서빙합니다.



내부의 나무로 된 테이블외에도 창쪽으로 파라솔을 놓고 좌석을 배치해 놓았습니다.



저희는 따듯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쪽에 앉았죠. 창측 테이블은 좌석이 쇼파여서 꽤 편하게 앉아서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제일 안쪽 구석에 음식을 주문하는 곳이 있는데, 각기 다른 메뉴의 세가지 음식점이 나란히 줄지어 있습니다. 


사진 : www.aloha-foodhall.com



T본 스테이크를 비롯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요리로 원플레이트 런치를 파는 Hervery, Hololulu 햄버거, 타코스를 파는 Mogu Mogu 이렇게 세개의 음식점이 한 곳에 있는데, 주문도 결제도 따로 해야 합니다.


처음 온 곳이라 이것저것 먹어보자는 생각에 원플레이트런치와 햄버거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음식은 서빙해 주지 않고 벨이 울리면 가지러 가야 하네요.



구워진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가 밥위에 올려진 원플레이트 런치입니다. 


뉴욕 갔을 때 길에서 사먹던 할랄푸드 이후로 이런 용기에 밥을 먹기는 오랜만이네요. 왠지 식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팅인데, M군은 괌에서 이런식으로 많이 먹었다며 별로 신경을 안씁니다. 그래도 가게 분위기랑 좀 어울리지 않는 듯 합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보통, 새우는 먹을만 했고, 닭고기는 꽤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은 남자가 먹기에는 양이 꽤 적은 편이네요.



햄버거는 보자마자 둘다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메뉴의 사진에는 굉장히 커보이는데 실제로는 작구요, 나눠먹겠다고 잘라달라고 했기에 빵이 눌린 것은 이해할 수 있겠는데, 감자튀김은 메뉴의 사진과는 전혀 틀린, 저렴한 냉동 제품을 사용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네요. 케첩과 머스타드도 셀프로 담아야 합니다. 


내용물이 많아서 햄버거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아주 맛있다고 할 수준도 아닙니다.


저희 둘 모두 이 음식점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는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가격정책입니다. 


원플레이트 런치의 가격은 2,000엔, 햄버거의 가격은 1,500엔이구요, 여기에 음료를 추가하면 300엔을 추가로 내야합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맥도널드 치킨휘레오 세트가 콜라와 포테토 포함해서 650엔인 것에 비교하면 상당한 가격이죠. 굉장히 맛있다면 납득할 수도 있겠지만 이 가격이면 더 맛있는 곳이 얼마든지 많습니다. 하와이 맥주가 마시고 싶다던 M군은 주문하러 갔다가 그냥 돌아왔는데, 가격이 작은 병 하나에 1,000엔으로 너무 비쌉니다.


더 웃긴건, 카드로 계산하면 5%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게 입장에서 카드수수료가 부담인 것은 사실이고, 과거 일부 가게들에서 카드수수료를 추가로 받는 곳도 있었지만 요 몇년간 카드계산시 추가금액 따로 받는 곳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최근에 생긴 음식점에서 이런 시스템은 조금 황당하더군요. 그리고 저도 잘 알지만 카드수수료 절대 5%가 안됩니다. 제가 예전 카드결제 받을 때 3.5%였거든요.


이렇게 넓은 가게에 손님이 거의 없는데는 이유가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저희가 책정한 적정가격은 원플레이트런치는 1,200엔, 햄버거는 800엔 정도에 음료추가는 100엔정도면 지금보다 훨씬 손님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스타벅스, 그램을 비롯 유명한 곳들도 입점해 있는 것으로 봐서 조테라스가 지어질 때 나름 입점할 가게들을 엄선했을텐데, 이 곳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네요. 


맛집정보를 꼭 칭찬일색으로 써야할 필요는 없기에 혹시 조테라스에서 식사하실 일이 있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