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일본인도 장어를 좋아한다. 일본에서는 장어를 '우나기'라고 하는데 장어 한마리를 특제소스에 구워내는 '카바야키'부터 스시, 덮밥 등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특히 土用の丑の日(도요우노우시노히)라고 해서 장어를 먹는 날이 일년에도 몇 번씩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장어 사랑은 특별하다.


일본에서 먹는 장어를 보면 한국인이 보기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간장색의 소스에 구운 진갈색 장어구이가 대부분인데, 같아 보이는 겉모습이지만 먹어보면 역시 유명한 전문점 장어구이가 맛있다는 것을 한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장어의 손질부터 소스와 굽는 방법 등에 따라 맛이 틀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장어를 좋아하는 일본인이다 보니 동네 슈퍼에도 이렇게 장어구이를 한마리씩 포장해서 팔고 있다. 일본산 장어와 중국산 장어가 있는데, 중국산 장어는 1000엔 미만, 일본산 장어는 1500엔 전후의 가격에 살 수 있다.


전문점에서 한마리에 4~5천엔 혹은 그 이상의 가격에도 판매하고 있는지라 자주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슈퍼에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장어를 사 먹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미 조리가 된 제품이라 그대로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전문점에서 먹는 것에 비해 맛이 좀 떨어지고 비린내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도 여러 꿀팁이 많듯이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슈퍼에서 파는 장어를 전문점 수준의 장어로 조리할 수 있는 꿀팁이 있다. 친한 일본인 친구가 알려준 방법인데 얼마전 임신한 M군이 일본인 여자친구를 위해 장어덮밥을 만들어 달라고 해서 이 방법으로 장어를 조리해 준 적이 있다. 반응은 굉장히 좋아서 M군의 여자친구가 굉장히 만족했다고 한다. 장어를 좋아하는 M군도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고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


최근 날씨도 무덥고 스태미너를 보충하기 위해 장어를 한마리 먹어야 겠다 싶어서 M군에게 해준 방법으로 집에서 장어덮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이렇게 각 한마리씩 두그릇을 만들어서 아는 동생과 함께 여름철 보양을 했다.


슈퍼에서 파는 장어구이를 사와서 일본인 친구가 알려준 방법으로 다시 조리를 했는데, 윤기가 흐르면서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는 장어로 탈바꿈했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녹차에 장어를 넣고 한번 끓여주면 되는데, 녹차는 직접 우려내도 좋고, 편의점에 파는 페트병에 들어 있는 녹차라도 상관없다. 조리시에는 장어 한마리가 다 들어갈 만한 팬을 준비한 후 장어가 절반 이상 잠길 정도의 녹차를 팬에 붓고 끓인다. 녹차가 끓으면 장어를 통째로 넣고 녹차가 거의 졸아들 때까지 계속 가열해 주면 되는데, 녹차가 장어 구석구석 닿을 수 있게 스푼이나 국자로 끼얹어 주면서 졸이면 된다. 팬에 장어를 놓을 때는 껍질이 있는 등부분이 아래쪽으로 가도록 놓아주도록 하자.


주의할 점은 녹차의 양이 너무 많으면 졸이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장어가 너무 연해져서 부서질 정도가 되어 버리기에 녹차의 양은 장어를 펼쳐 놓았을때 절반보다 살짝 더 잠길 정도가 좋다. 가열할 때도 녹차가 넉넉히 남아 있을 때는 센불도 괜찮지만 어느정도 졸아들기 시작한 후에는 자칫 타 버릴 수 있으므로 센불은 피하는 게 좋다.


이렇게 녹차에다 장어를 다시금 졸여내면 비린내도 잡아주고 굉장히 부드럽고 맛있는 장어요리가 완성된다. 기호에 따라 장어구이를 사면 함께 들어있는 소스와 산초를 위에 뿌려서 같이 먹으면 된다. 슈퍼에서 할인할 때 1500엔정도에 장어 두마리를 사왔는데 저렴하게 맛있는 장어덮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일본 유학생뿐 아니라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들은 한번쯤 시도해 볼 만한 조리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