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형님!! 해외여행 갑시다.


일본도 해외이긴 하지만 일본 이외의 해외여행 가본적이 없다며 같이 가자고 M군이 졸라댑니다. 저도 마침 어딘가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하던 터라 열심히 검색하여 타이완으로 결정했습니다.  M군의 휴가에 맞추어 3박4일 항공권+호텔 1인당 29800엔의 가격에 결제완료. 주변 사람들에게 애기했더니 정말 싸게 예약 잘 했다고들 하니 왠지 뿌듯한 마음에 더욱 기분이 들떴습니다.

 

일본 국내여행은 많이 다녔지만 해외여행은 저도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가고싶은 곳도, 맛집도 체크하며 계획을 세워나갔습니다.

드디어 출국일, 짐을 많이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우리 둘은 가볍게 백팩 하나씩만 메고 집을 나섭니다. 서로 빠뜨린 것은 없나 체크도 하며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여 탑승권 발권을 하고 출국심사대를 거쳐 출국동에 도착한 우리는 출발까지 여유가 있었기에 면세점을 기웃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티켓 발권해 주었던 항공사 직원이 드디어 찾았다는 듯 급한 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와서는 대뜸 미안하지만 여권을 좀 보여 달라고 합니다. 뭐지?? 영문도 모른 채 제 여권을 보여주자 뭔가를 확인하더니 문제없다며 여권을 돌려주었고 이번에는 M군의 여권을 달라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의아해 하며 우리는 항공사 직원의 눈치를 살폈고 이내 직원이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손님께서는 오늘 출국하실 수 없습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직원을 다그쳐 물었습니다. 

"여권기간이 부족해서 출국하실 수 없습니다" 

직원의 대답에 우리는, 그럴리가 없다. 분명히 둘 다 여권기간을 확인했다. 여권만료까지 3개월이상 남아있으면 충분하다고 들었는데 둘 다 그 이상의 기간이 남았다. 혹시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직원에게 재차 확인을 부탁했습니다. 직원도 뭔가 확인이 필요한 듯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했고 금새 직위가 더 높아 보이는 중년의 여성분이 오셨습니다.



그 분에게도 역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따져 묻자 차분히 설명을 해 주셨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인이 해외여행으로 일본에서 출국할 경우 여권기간이 만료까지 3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 해외여행으로 일본에서 출국할 경우에는 만료기간까지 6개월 이상 남아있는 여권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M씨는 오늘 출국하실 수 없습니다."

이건 무슨 차별도 아니고 왜 일본인은 3개월, 우리는 6개월이라니 멘붕이 옵니다.

몇 번이나 확인하고 또 확인받아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항공권 환불은 받을 수 있습니까?" 라고 물었으나 역시나 "안됩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비행기 타보지도 못하고 여행경비 다 날아가게 된 M군이 한숨을 쉬고, 저도 따라 한숨이 나옵니다.

갑자기 혼자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가기가 싫어진 저는, 혼자 가서 무슨 재미냐며 M군과 함께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M군이 극구 반대하며 자기 몫까지 더 재미있게 놀다오라며 떠미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혼자 대만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혼자 다녀온 타이완 여행기는 차차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여권 만료기간 확인은 필수


해외여행 준비하면서 꼭 체크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있는데, 그 중 여권 만료기간 꼭 체크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일본을 비롯 해외에서 유학, 취업 등으로 거주하고 계시는 분들은 해외여행시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이번 경험을 계기로 조사해 본 결과 해외여행을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는 여권이 필요합니다. 만료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남아있어도 해외여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방문하려고 하는 국가에서 입국을 거부 당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즉, 실질적인 여권 만료기간은 만료기간 6개월 전으로 생각하는 게 안전합니다.

그러나 한국인이 외국에서 한국으로 갈 때는 기간만료만 되지 않으면 여권기간 상관없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사건으로 M군은 여행비용(항공권+호텔)을, 저는 기회비용을 상실했습니다.

아뭏튼 이번에 아주 비싼 경험을 했습니다.

다음 여행이 미국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사건이 미국이 아니라 대만에서 터져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위안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