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2017년에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게이오대학 의학부는 사립의대 최상위 학교로 불리며 동경대 합격을 포기하고도 입학하는 수험생이 있는 유일한 학부로도 유명합니다.


이러한 게이오 의대가 차세대 리더 육성을 위한 건강의료 분야의 벤처기업의 창출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유능한 의사와 연구자뿐만 아니라 기업가 육성에 나선 목적은 무엇인지 도쿄 시나노마치의 게이오 대학병원 의학부장인 오카노 교수를 통해 들어봅니다.


동경대 포기하고 게이오 의대

"지금의 학생들은 양극화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영어 논문도 유창하게 써내려가는 등 우리가 의대생이던 시절보다 훨씬 유능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의사가 되면 그걸로 족하다며 적당히 공부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게이오 대학병원 종합 의과학 연구센터의 생리학 교실에서 오카노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게이오 의대는 '일본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키타사토 시바사부로우(北里柴三郎)박사가 초대 학장으로 1917년에 개설되었습니다. 도쿄대학 이과3류(의학부 의학과 코스)와 교토대학 의학부를 라이벌로 하는 사학의 최고 학부입니다. 도쿄대 이과 1류와 2류에 합격하고도 도쿄대를 포기하고 들어갈 학부는 게이오 의대정도 밖에 없다고 하며 전국 유수의 학교의 성적 상위자만이 입학하고 있습니다.


 '임상의 게이오'라고 불리는 게이오 병원의 외과 및 내과 등은 일본 국내 최고 수준의 임상의사가 모여 있으며, 입원환자는 1일 평균 800명, 병상 가동률은 80% 전후이며 외래환자수도 3000명을 넘습니다.


대학병원의 경영난

브랜드 병원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존재지만 오카노 교수는


"우리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국가의 재정적 지원은 크지 않다. 게다가 대학병원은 어디나 그렇지만 수지가 맞지 않아 힘들다" 고 말합니다.


병원시설에 수백억엔 규모의 투자도 있습니다. 현재 게이오 대학병원의 새로운 병동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병상의 수를 크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첨단 의료연구 시설과 응급실 확충, 중환자실(ICU)등의 정비가 목적이므로 거액의 투자에도 병원의 매출이 크게 성장하지는 못합니다. 준텐도병원(順天堂医院)등 도심의 대학병원들이 시설에 투자하고 병원의 질과 서비스 향상을 경쟁하고 있습니다.


게이오 대학의 라이벌인 와세다 대학이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한지 오래지만 국가의 허가 등 규제의 문제 등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유명 사립학교에서도 의대를 가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아뭏튼 돈이 든다."( 호세대학의 다나카 유코 총장)




'재정의 독립'을 실현

재정이 어려운 가운데 게이오 의대가 추진하는 것이 벤처기업 지원 사업입니다. 

2016년에 [지재,산학 협력 태스크포스]를 발족한 오카노 교수는 이렇게 목표를 말합니다.


"'재정의 독립'을 이룬 '배움의 독립'을 확보하고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싶다."


연구실에서 태어난 씨앗을 지적 재산으로 산업화하는 한편 게이오 대학의 펀드 등을 활용한 벤처투자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벤처 100개 설립이 목표라고 합니다.


의사인 오카노 교수는 왜 벤처 지원을 내세운 것일까? 이는 자신의 경력과 크게 관련이 있습니다. 오카노 교수는 임상의학 분야의 의사가 아닌 연구주체의 기초의학 분야의 의사로 재생의료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입니다. 하루에 15시간 일하고 있다는 오카노 교수는 낮에는 학장으로 경영에 쫒기고 있지만 밤에는 아직도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재생의료 분야 기업과 잇따라 제휴

협력관계에 있는 교토대학 IPS세포 연구소 야마나카 소장은 노벨상 수상자입니다. 척수손상 및 신경난치병 등 재생의료의 '천명'이라고 기대되어 이러한 질병의 치료를 위해 오카노 교수의 연구팀은 IPS세포를 이용한 임상연구에 임하려 하고 있습니다. 재생의료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연계가 필수적인데, 오카노 교수도 제약사 및 벤처기업과 제휴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오카노 교수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2001년 미국에서 창업한 재생의료 벤처기업인 '산바이오'는 2015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습니다. 이 회사는 뇌경색으로 걸을 수 없게 된 사람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의료 응용프로그램 개발 벤처로 주목받고 있는 '큐어업'도 게이오 의대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인 사타케씨는 사실 게이오 의대 출신으로 의사이자 기업가입니다. 스마트폰에 대응한 치료용 앱을 개발 중입니다. 실제로 니코틴 중독에 대한 응용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니코틴 의존증에 대한 조기의 약사승인을 목표로 게이오 대학병원 등의 의료기관에서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립자도 기업 육성

오카노 교수가 벤처기업 지원에 열정적인 배경에는 오사카 대학 의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오사카 대학에서 다양한 연구 성과와 함께 [바이오 오사카대학]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바이오 벤처기업을 창출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오카노 교수의 표어는 [연계]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협력하고, 게이오 대학의 공학부 및 환경정보 학부 등 다른 학부와도 연계하여 의료분야의 기술향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외부 기업과도 연계하고 게이오 졸업생들의 지원도 받으면서 의대발전을 촉진한다"고 말합니다.


과거 명문 의대는 유아독존의 세계였습니다. 게이오 의대뿐만 아니라 도쿄와 교토 등의 의학부 임상분야의 교수진은 대부분 동 의대출신의 토박이였습니다. 그러나 오카노 교수는 "지금은 능력주의다. 다른 의대 출신도 적지 않다."고 말합니다.


막부 말기에 활약한 오가타 코안의 전통을 따르는 오사카대학 의학부. 기이하게도 게이오 의대의 설립자인 후쿠자와 유키치가 오사카대학에서 배웠습니다. 오사카대학 의학부와 게이오 모두 실학을 중시하였으며 메이지 시대의 후쿠자와 유키치는 많은 기업을 육성했습니다. 개설 100년을 맞이한 게이오 의대는 지금, 의사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키우려고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