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 도시바의 위기를 통한 일본식 경영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짚어봅니다. 2017년 3월 분기에는 6200억엔의 채무초과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처방법으로 도시바에서 분사한 반도체 메모리 회사인 '도시바 메모리'의 주식을 매각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 및 경제계 일각에서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도시바의 재건에 반도체 자회사의 주식을 반드시 매각할 필요가 과연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자회사 매각의 가장 큰 이유라면 상장의 유지와 리스크 회피를 위한 은행의 요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너무나 친숙한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 도시바가 상장폐지를 걱정하고, 은행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일본식 경영의 약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거액의 손실을 왜 알아차리지 못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그 배경으로 일본 특유의 경영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도시바 문제의 근본은 이러한 일본 특유의 경영구조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문제가 화제가 되기전 도시바는 이미 잘못된 회계 문제로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으며 도시바의 역대 사장도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회계문제가 드러난 시점에 주로 지적되던 문제가 기업으로서의 지배구조 문제입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란 간단히 말하자면 기업의 가치를 유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경영감시 시스템을 뜻합니다. 일본은 사외이사의 복수전임이 2015년부터 의무화되었습니다.
현재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은 기업지배코드에 따라 정해진 기업지배구조 강화법이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도시바도 복수의 감사역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쟁쟁한 멤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조기에 거액의 손실과 리스크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 것이 사실입니다. 도시바뿐 아니라 일본기업의 사외이사 멤버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관료와 학자로 구성되어 있어 실무에 능하지 않은 사외이사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다시바는 이번 거액의 손실을 극복하기 위해 주력인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고 해외 원전사업에서도 철수하며, 오로지 사회 인프라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처리등의 사업에만 집중한 기업으로 재출발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국내 원전사업과 사회 인프라 정비사업에서도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도시바라는 기업뿐 아니라 일본 전체에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문제의 핵심은 물론 도시바 경영진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이었던 도시바가 안고있는 문제는 일본 기업 전체의 문제와도 오버랩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의 전반적인 문제를 크게 분류하면 다음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①낮은 이익률
②느린 의사결정
③잔존하는 종신고용 관행
④예스맨의 출세와 사내 파벌싸움
이익률이 낮은 것은 비단 도시바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본 기업 전체의 문제입니다. 일본의 경우 ROE(자기자본이익률)의 평균은 5.3%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기업은 평균 22.6%, 유럽은 15%인 것을 볼때 일본기업의 이익률이 두드러지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분하지만, 버블 붕괴후 일본의 기업은 모든 장르의 비지니스에 가능성을 두고 확대전략을 취하였는데, 이 경우 문제는 신사업의 사업성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얼마나 빠르게 철수하고 새로운 비지니스로 전환 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미국등 해외기업의 빠른 의사결정에 비해 '멘츠(メンツ)' 즉 면목이나 체면을 따지는 일본기업은 실패에 대한 인정과 철수에 대한 결정이 느립니다. 특히 대외적인 부분보다 사내의 파벌세력에 대한 체면이 더 우선시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즉 사내 경쟁세력에 쪽팔린다는 거죠.
이는 대부분의 일본기업이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종신고용제가 원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 후 줄만 잘서면 사장까지도 오를 수 있기에 종신고용제가 파벌싸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출세여부는 실적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카치쿠미, 즉 승자파벌 소속이 출세를 하는 경우가 많은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패자파벌에 유능한 인재가 있다고 해도 결국 도퇴되는 경우가 많았고, 같은 파벌내에서도 상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소위 '예스맨'만이 사장 등 임원의 직위에 오르는 경우가 많은것이 일본이었습니다.
도시바와 마찬가지로 거액의 적자에 시달리던 히타치 제작소가 기업재건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당시 자회사에 있던 가와무라 타카시 전 회장입니다. 히타치 외부에 있던 가와무라 전 회장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었기에 히타치의 약점이 잘 보였다고 합니다. 그는 반도체와 TV등 주요사업을 과감히 분리함으로써 히타치의 경영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습니다. 도시바도 어쩌면 같은 시기에 이러한 개혁에 임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도시바의 회계문제가 드러난 문제로 3명의 역대 사장들에 대해 도시바측이 손해배상을 호소하고 있지만 당시 사장의 교체는 어찌보면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인사영입이 아니라 사장의 자리를 다른 '예스맨'이 대체하면서 무마하려고 했던 경향이 강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예스맨으로써의 출세를 꿈꾸는 직원들이 회사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정상화를 시키려는 노력을 감히 할 수 없었을 것이고, 이로 인해 선의적 의사결정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는 역할을 언론이 해야만 했지만 일본에서는 언론의 힘이 생각보다 약합니다.
지금까지 일본기업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난국을 경험해 왔습니다. 히타치, 소니, 올림푸스 등의 사례도 있지만,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후 약 5년간 샤프, 도시바 등의 대기업의 경영위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원래 아베노믹스는 비정상적인 차원의 금융완화 조치이며, 이를 통해 이미 도산해야 할 기업들이 살아남아 좀비기업이 되는 현상이 자연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샤프나 도시바와 같이 규모가 큰 상장기업의 경우 기업의 위기가 출자한 은행측의 경영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아베노믹스의 금융완화가 축소되고 긴축금융으로 돌아서면, 아베노믹스였기때문에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던 좀비기업의 위기가 어느정도 나타날 것인가는 앞으로 일본 경제의 큰 위험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시바 사태가 빙산의 일각이 아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