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의 정책에 힘입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숙박시설의 공급부족이 심각합니다. 또한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숙박시설 확보를 위한 정부정책으로 관광특구를 지정하여 숙박업 허가기준을 완화하기도 하였으며, 각종 호텔, 게스트하우스 등이 새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에서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어 에어비앤비가 불법이다 아니다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데요, 과연 에어비앤비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쿄토, 고베, 나라, 히메지, 와카야마 등이 인접해 있어 접근이 용이한 교통의 중심지이며 USJ(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도 오사카에 있어 도쿄에 버금갈 만큼 관광객이 많습니다. 주변도시들까지의 거리가 편도 1시간 내외인 곳이 대부분이라 여행기간동안 숙소를 오사카에 정해두어도 다양한 관광지를 다녀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숙소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불과 최근 몇년사이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여행자가 폭증하면서 숙소 예약하기가 힘들어 졌고, 더불어 숙박시설의 단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불과 3-4천엔대에 하루밤을 묵을 수 있었던 오사카 시내의 비지니스호텔은 성수기에는 8-9천엔에도 예약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고, 이러한 현상으로 비교적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로 손님들이 몰리게 됩니다. 지인 중에 오사카에 게스트하우스가 거의 없을 무렵 시작하신 분이 계신데 이 분은 더 확장하여 준호텔급의 숙박시설을 신축하여 운영하고 계시며, 그 외에도 많은 지인들이 게스트하우스 또는 민박이라는 이름으로 숙박업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름이 게스트하우스라고 해서 다 같은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본에서 숙박업을 하기 위해서는 숙박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기준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 허가기준의 요점은 손님의 안전인데, 특히 스프링쿨러등의 방화시설, 피난계단, 편의를 위한 사무실과 프론트 등 소방법과 기타 안전관련 법규를 준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설을 갖추고 숙박업 허가를 받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과 그를 위한 자본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숙소를 살펴보면 정식으로 숙박업 허가를 받고 영업중인 곳은 찾아보기 힘이 듭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숙소가 에어비앤비에 주로 등록이 되고 있는 것일까요??
숙박시설의 부족과 단가인상으로 적절한 숙소 찾기가 어려워진 여행객들이 게스트하우스로 몰리고 있을때쯤 에어비앤비라는 서비스가 탄생을 합니다. 에어비앤비의 원래 취지는 주인이 살고 있는 집의 빈방을 손님에게 내어주는 것으로, 외국 여행자들이 그 나라의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민박의 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엄청난 인기를 얻으면서 폭발적인 트래픽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이용하여 수입을 올리고자 하는 호스트들의 욕심이 변질된 서비스를 양산해 냅니다. 즉,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외에 집을 빌려서 숙박시설처럼 인테리어를 하고 에어비앤비에 등록을 하여 수입을 올리는 것이죠. 실제로 제 주변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원룸을 몇개씩 계약해서 이러한 형태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숙박시설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는데, 호텔 예약을 실패해서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원룸과 같이 독립된 공간을 선호해서 일부러 에어비앤비를 찾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를 통한 여행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 원인을 파헤쳐 봅니다.
가장 이해하기 쉽게 제 주변분들이 하고 계신 방식을 그대로 설명드리면 될 듯 합니다. 한국사람은 특이하게도 누가 해서 잘된다고 하면 다들 따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통닭집이 잘된다 하면 너도나도 통닭집, 편의점이 잘된다 하면 편의점 창업하기에 바쁩니다. 숙박업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에어비앤비에서 돈을 많이 벌었다더라 하는 소문이 발단이었고, 지금은 굉장히 많은 분들이 하고 있는데, 워낙에 일본 집이 좁다보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공유하기는 쉽지가 않고, 그래서 입지 좋은 곳에 싸고 깨끗한 원룸을 임대하여 숙박시설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금이 넉넉하신분은 신축건물 같은층을 모두 빌려서 최대한 이웃주민으로부터의 불만을 해소하려고 하시지만, 신축건물 구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대부분은 이쪽 저쪽에 하나씩 여러개를 운영하시는 분들입니다. 이렇게 방이 확보가 되면, 에어비앤비 등록을 위해 집을 꾸미고, 인터넷을 설치하는 등 나름 손님의 편의를 위해 준비를 합니다. 준비가 완료되면 예쁘게 사진을 찍고 에어비앤비, 민박다나와 등에 등록을 하고 영업을 개시합니다. 이렇게 영업을 시작하고 예약이 들어오고 결재를 받아 계약이 완료됩니다.
그럼 이용자 측면에서 에어비앤비에서 예약을 하고 난 이후 숙소를 이용하기까지를 생각해보면, 우선 OOO게스트하우스 등의 숙소명은 알지만 실제로 찾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그 이유는 호텔처럼 건물 전체가 숙박시설이 아니라, 일본인 등 일반인이 거주하는 집합주거형태의 맨션에 방 몇개를 빌려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간판을 내 걸 수 없습니다. 겪어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러한 숙소를 이용시 에어비앤비에 표시된, 혹은 호스트가 카카오톡 등으로 보내준 지도나 약도를 보고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낮선 외국땅에서 길을 찾아가기란 쉬운일이 아닙니다. 저도 가끔 길을 물어보는 여행객에게 길을 알려주거나 집주인에게 연락해서 물어보고 데려다 주곤 하는데요, 자칫 길 찾기에 귀한 여행시간의 일부를 써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합니다.
또한 호텔과 같이 방키를 건네받거나 할 수 있는 장소가 따로 없으므로, 호스트에 따라 틀리지만 게으르거나 숙박업 이외에 본업이 있는 호스트의 경우 직접 키를 건네주러 갈 수 없기 때문에 방 키를 애써 찾아간 숙소 건물 우편함이나 다른 곳에 숨겨둡니다. 물론 우편함에는 비밀번호로 열 수 있는 자물쇠가 있고 이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예약 후 알려주는데, 이게 참 위험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그 집에서 묵었다면 우편함의 비밀번호를 알게 되고, 집 열쇠를 꺼낼 수 있으며, 열쇠의 복사는 30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나쁜 마음을 먹으면 집주인만이 아니라 손님으로 묵었던 누군가도 얼마든지 나쁜 짓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집주인의 착오로 우편함에 열쇠가 들어 있지 않거나, 우편함 자물쇠가 고장나 열리지 않는 등의 이유로 집주인이 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몇번이나 보았습니다.
이러한 문제 외에도 집주인이 따로 열쇠를 가지고 있으므로 언제든 열고 들어올 수 있으며, 실제로 청소를 해준다는 이유로 손님 외출 후 매일 들어오는 집주인도 있습니다. 물론 정말 청소를 해주러 가는 것이고, 호텔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문제는 도난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누구도 책임을 져 주지 않으며,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식 숙박업체의 경우 해당 숙박업체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도움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본인이 직접 경찰에 신고하고 진상을 밝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위생 문제인데요, 종종 재일한국인 커뮤니티에 게스트하우스 청소알바를 구하는 글이 올라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호스트들은 직접 청소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여러개의 숙소를 운영하시는 경우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깨끗이 청소하고 이용객의 편의를 중시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충하는 분들도 계실테고, 특히 이불과 같은 침구류를 호텔만큼 청결히 관리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주변 분들을 봐도 나름 깨끗히 하신다는 분은 여분의 이불커버를 준비해서 항상 이불커버를 교체해 주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특별히 더럽거나 냄새나지 않으면 그대로 사용하도록 정리만 해놓는 분도 계십니다.
최근에는 인기있는 지역의 원룸들이 다들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용으로 계약을 많이 하다 보니 방이 모자라고 월세가 올라가는 현상도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신규로 하시거나 방 갯수를 늘리고 싶은 분들이 살짝 외곽지역에 싼 방을 찾아 계약하고 영업하고 계신데, 일본이 치안이 훌륭하다고는 하지만 나름 치안이 좋지 않은 곳도 있으며, 그런 곳에 방을 얻어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많습니다. 외국인들은 지도상으로만 봐서는 현지사정을 알 수 없기에 이정도면 괜찮네 하고 예약을 하시지만, 남자인 제가 가도 조심스러운 동네도 있으니 주의 하셔야 합니다. 일반인이 거주하고 있는 맨션에 묵을 경우 방음이 잘 되지 않는 일본집의 특성상 밤늦게 소란스럽게 하면 주위에서 불만을 듣게 되고, 이는 계약해지 사유가 되므로 일부 집주인들은 숙소에 묵는 손님들에게 시끄럽게 떠들지 말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여행지에 가서 옆집 눈치보면서 묵을 이유는 없는데 말입니다.
에어비앤비를 통한 여행에서의 사고 등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고 있는데요, 제가 생각할 때는 에어비앤비 자체가 불법인 것이 아니라 에어비앤비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많은 호스트 분들이 이용자의 안전이나 편의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식 허가 없이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물론 에어비앤비에도 좋은 호스트, 가성비 좋은 숙소들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즐거운 여행을 경험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어떤 문제에 봉착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식 숙박업소가 아니므로 이러한 모든 일에 대한 책임 및 보상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가령 숙소건물에 불이 났다고 가정을 해보면, 여러분이 화재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습니다. 정식 숙박업 등록도 되지 않은 곳의 집 주인이 사비를 털어 보상을 해 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이러한 극단적 경우 뿐만이 아니라 소소한 문제에서도 열쇠조차 직접 건네지 않는 집주인에게 적절한 대응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 주변분들 중에도 정말 양심적으로 여행객을 잘 맞아 주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한국에서 지인이 온다고 방 좀 알아봐 달라고 하면 왠지 내키지 않아서 저렴한 호텔을 예약해 줍니다.
결론은, 가급적 숙박업 허가가 난 숙박시설을 이용할 것을 권장드리며, 혹시 에어비앤비나 민박다나와 등 개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 등록이 가능한 곳을 통해 예약을 할 경우 후기 등을 꼼꼼히 살피시고, 만약에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비와 함께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지겠다는 생각을 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드미사일 배치문제로 한국관광 전면 금지 등 중국의 보복이 심각한데요, 이로 인해 국내 관광산업은 타격을 받겠지만, 반대로 일본으로의 관광객은 증가할 전망입니다. 앞으로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가급적 빨리 숙소를 확보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하며, 앞서 말씀드린 점 참고로 하여 좋은 숙소 예약하시고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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