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느긋한 토요일 아침부터 요란한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전화를 받으니 지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영어로 온 메세지가 있는데 무슨말인지 모르겠다며 카카오톡으로 전송할테니 해석을 해 달라고 합니다. 무슨 내용이길래 해석이 어렵다고 하는지 궁금해 하며 기다리다 잠시 후 카카오톡으로 전송된 메세지를 확인한 저는 너무 간단하고 쉬운 내용에 어이가 없었지만 금새 한글로 번역하여 내용을 전송해 주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이 분은 일본에서 30년 이상 생활하신 60대 사장님인데 부업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민박을 하시고 계십니다. 에어비앤비의 특성상 등록을 해놓으면 전세계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예약을 할 수 있는데 한국어나 일본어 외에는 대응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사장님들이 꽤 많습니다. 때문에 손님에게 바로 답장을 해 줄수가 없어서 대응이 늦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내용을 번역해 드렸으니 알아서 하시겠지 생각하고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연락이 왔고, 다른일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으니 미안하지만 대신 가서 키를 전해주고 안내를 좀 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을 하십니다. 오전에 스케줄이 없기도 하고 며칠전에 식사대접도 받았고 해서 거절하기가 어려워서 승낙은 했지만 시간을 보니 이미 손님이 도착했을 시간이고 바로 준비해서 간다고 해도 손님이 한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데 괜찮겠냐고 말씀드렸더니 어쩔 수 없다며 부탁한다고 하십니다.


본인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모르시는지 손님이랑 연락도 원활히 되지 않는것 같고, 더욱이 일하는 중이라 계속 메세지 확인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시니 그저 손님이 잘 찾아와서 어디 가지않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주기만을 바라야 하는 상황입니다. 워낙 다급하게 하시는 부탁이라 대충 준비를 하고 민박집을 향해 출발을 합니다. 



조금 서둘러 도착한 시각이 11시40분, 손님의 도착예정 시간보다 한시간 이상 늦었고 불행히도 맨션 주변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분의 경우도 집합주거형태의 맨션에 방을 하나 빌려서 민박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방 열쇠는 역시나 우편함에 들어있다고 합니다. 우선 알려주신 우편함 비밀번호로 키를 꺼내려고 했으나 몇 번을 시도해도 열리지 않아 메세지를 드렸더니 일때문에 바쁘신지 10여분이 지나서 다른 번호를 알려주십니다.


새로 받은 비밀번호로 우편함을 열어 열쇠를 꺼내들고 확인차 방으로 들어가 봅니다. 아무도 없이 깨끗이 정리된 방을 확인하고는 다시금 손님을 기다리지만 왔다가 아무도 없어서 주변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인지, 길을 못찾아서 아직 도착을 못한 것인지 아무것도 모른채 하염없이 기다리기를 30분, 답답한 저는 결국 제 카카오톡 아이디를 손님에게 알려 주라고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으나 답장이 없습니다.


하는 수 없어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자 캐리어 가방을 끌고 오는 동양인을 발견, 일본인이나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같은 인상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걸어봅니다. 다행히도 예약한 손님이 맞습니다.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고 연락도 안되서 근처를 한바퀴 돌아보고 왔다고 하기에 사정 설명을 하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제가 왜 미안해 해야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과를 하고 방으로 안내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주자 너무 배가 고프다며 근처에 맛집이 없냐고 묻길래 두어 군데 추천을 해주고 나왔습니다. 



이번 손님의 경우 길을 헤메지는 않은 것 같지만 간판없이 영업하는 곳이 대부분이다보니 실제로 숙소를 찾지못해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나오면서 시계를 보니 13시가 다되어 갑니다. 10시30분에 도착한 손님도 아침부터 하릴없이 기다린 저에게도 정말 아까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개인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는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는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와의 연락이 원할하게 잘 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오늘과 같이 숙소에 도착해도 체크인을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게스트 관리를 성실하게 잘 하시는 호스트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호스트가 운영하는 숙소의 경우, 자칫 애써 세워놓은 여행계획을 첫날부터 망칠수도 있습니다. 불법이다 아니다 말이 많은 에어비앤비, 여행경비를 절약하거나, 성수기에 호텔예약이 어려울 경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절대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혹시 이용하게 될 경우 예약전에 반드시 후기를 꼼꼼히 체크하거나 호스트와의 연락이 원활히 되는지를 꼭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숙박업 영업허가를 받은 제대로 된 숙박시설을 이용하시기를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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