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밤늦게 상담할 것이 있다며 M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 직원이 한명 들어왔는데 비자취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본에 온 친구인데 비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취업비자로 전환해야만 계속 근무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 담당 행정서사에게 상담을 했더니 비자 취득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행정서사 몇 명에게 상담을 했더니 대부분 비자발급이 어렵다고 하고 단 한명에게서만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M군에게 해당 직원의 상황에 대해 대충 전해 들은 나는 조건상으로만 보면 역시 어려운 것이 맞다라는 판단을 내렸고, 유일하게 비자 발급이 가능하다고 말한 행정서사도 물론 전혀 안될 일을 된다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사람들의 평판이 극과극으로 갈리는 사람이라 100% 신용할 수는 없기에 다른 행정서사 만나서 상담을 하도록 주선해 주었다. 조금 고지식하기는 하지만 어려운 문제도 열심히 고민해 주는 분으로 예전에 잠시 신세를 졌던 것이 문득 떠올라서 상담하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마침 시간적 여유도 있어서 오랜만에 인사도 할 겸 상담받으러 갈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못 알아보시던데 옛날 일을 이야기하니 그제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나신 모양이다. 인사를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상담을 진행했다.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라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못하겠지만 한국에서 전공한 학과와 취업하려는 곳에서의 업무가 전혀 상관이 없는 케이스인데 일본에서 비자 취득시 흔히 있는 상황이다. 조금이라도 연관성이 있으면 비교적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 친구의 경우는 연관정이 전혀 없었고 또한 이를 보완해 줄 환경도 열악했다. 상담 결과 비자 승인이 될 확률이 굉장히 낮은 케이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 접해보는 케이스이기도 하고, 학과와 업무의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도 않으며, 연결고리를 찾는다고 해도 실제로 해당 업무를 위한 환경이 구축되어 있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는데, 사업장에는 그런 환경을 구축할 여건도 안되거니와 직원 한명의 비자를 위해서 사업주가 그런 수고를 기꺼이 해줄지도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일본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의뢰자가 이런 저런 질문들을 계속했고, 나도 함께 궁리를 하며 행정서사와 한참을 이야기한 끝에 확률은 높지 않지만 한번 도전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행정서사가 원하는 몇 가지 요건을 사업주와의 의논하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고, 이는 의뢰자의 몫이다.



행정서사는 이번 건은 처음 해보는 케이스이고 약간의 난이도가 있어 비용을 조금 더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성공보수제로 하겠다고 한다. 즉, 비자가 나오지 않으면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비자 취득이 가능하다고 했던 다른 행정서사가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비용을 받는 것에 비하면 뭔가 조금 믿음직한 느낌이 든다. 


비용은 싸지만 비자 취득 여부에 상관없이 지불해야 하는 행정서사와

비싸지만 성공보수제로 비자 취득에 성공하는 경우에만 비용을 받는 행정서사


어느쪽이 현명한 선택일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이라면??


결국 워홀러 신입사원은 비용은 약 두배가 조금 안되는 금액으로 차이가 나지만 상담 결과 더 신뢰가 가고 믿음직하다는 이유로 비싼 행정서사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