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반드시 가보고 싶어하는 곳 중 하나가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 전망대이다. 오사카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이다. 개인적으로 야경을 좋아하지만, 별난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우메다 공중정원이나 텐노지 아베노하루카스 등 야경을 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가야 하는 곳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고베의 롯코산,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등 산에서 바라보는 야경을 좋아한다. 특히 관람차를 타는 것을 매우 두려워 한다.


하지만 일행이 가자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곤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내키지 않는 야경 관람이다. 위에 올라가지 않고 밑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으나 막무가내로 끌려 올라가기는 했지만, 역시 야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우메다 스카이빌딩에 도착하니 공중정원 전망대에 가기 위한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밖에서도 보였다.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싫은데, 몇번이나 본 것을 또 보려니 지겹다는 핑계로 올라가지 않으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스카이빌딩 바로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 보며 찍은 사진이다. 올 때마다 이렇게 사진을 찍곤 한다.


스카이 빌딩은 두개의 고층 빌딩을 가장 상층부에서 공중정원이라는 전망대로 연결시키고 있는데, 건물 내부에서 다른 건물로 넘어 가기 위한 통로는 건물 중간에 설치된 두 건물을 잇는 다리와 상층부의 공중정원 전망대밖에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이 가장 위의 사각형 모양의 공중정원인데, 저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상층부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서, 다시 중앙의 원을 관통하는 건물과 건물을 잇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한다. 즉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에스컬레이터이다. 


길게 줄을 늘어선 방문객들은 엘레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인데, 엘레베이터가 단 두 대밖에 운행하지 않아 방문객이 몰리는 시간이면 저렇게 줄을 서곤 한다.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스카이빌딩의 직원이 오사카 주유패스를 가진 분들은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올라갈 수 있도록 해준다고 안내를 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서 줄이 많이 짧아졌다. 덕분에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엘리비이터는 유리로 되어 있어 외부 경치가 다 보이도록 되어 있는데, 함께 간 일행들은 멋있다며 떠들었지만, 솔직히 무서워서 눈을 감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면 다음은 건물과 건물을 가로지르는 공중에 떠 있는 에스컬레이터다. 꽤 긴 에스컬레이터인데 발 밑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에 엘리베이터에서 걸어서 일행보다 앞서 올라갔다.



여기까지 오면 그리 무서울 것은 없다. 높은 곳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올라오는 과정이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입장권을 구매하고 전망대로 향한다.


옥상정원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옥상에 올라온 듯 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관람할 수 있다. 텐노지의 아베노하루카스가 건물안에서 유리벽 사이로 야경을 관람해야 하는 것과는 기분이 완전히 틀리다. 개인적으로는 아베노하루카스보다 우메다 공중정원의 야경을 선호한다.



공중정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밤하늘...이 아니라 전망대의 바닥이다. 특수 야광처리가 되어 있어 밤에 보면 이렇게 빛나는 것 처럼 보인다.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야경이지만 그래도 다시 사진을 찍게 된다. 핸드폰 카메라의 한계를 알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어본다. 함께 간 일행들도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사진에는 너무 작아서 잘 안보이지만, 이 날 정말 드물게 주황색의 초승달이 지평선 근처에 걸려 있었다. 육안으로는 뚜렸이 볼 수 있었는데 너무 아름다웠다. 일행들도 신기해 하며 사진을 찍어댔지만, 역시 어떤 사진에도 선명하게 찍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유리창 밖으로 사방의 야경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함께 간 일본인이 지금 보이는 곳이 요도가와 하나비의 불꽃놀이가 터지는 장소라고 알려주었다. 여기서 보면 정말 제대로 불꽃놀이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마 당일은 이곳이 엄청 복잡할 것으로 예상되어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내려가려고 하는데, 스카이빌딩의 직원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말고 다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고 안내해 준다. 아마 아까 주유패스를 가진 사람들이 이용한 엘레비이터일 것이라 생각한다. 직원을 따라 갔더니 건물의 내부, 일반인은 다니지 않는 곳으로 안내를 해 줬고 직원이나 다른 용도로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정말 평범한 일반 빌딩 어디에나 있는 엘리베이터로 바깥 경치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함께 온 일행들도 조금은 실망하는 듯 했다. 


나처럼 무서워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주유패스를 가진 사람들 따로 안내해 준다고 하더라도 그냥 정상적인 루트로 공중정원을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옥상정원에서 야경을 관람하는 것뿐만 아니라, 야경을 보면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건물과 건물을 잇는 에스컬레이터 등도 우메다 스카이빌딩 공중정원의 즐길거리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빨리 가기 위해서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까지 가는 것은 조금 아까운 생각이 든다.



스카이빌딩을 나오며 우메다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이다. 아치형의 장식은 칠월칠석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견우와 직녀가 있듯 일본에도 그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야경만 관람하고 나왔지만, 스카이빌딩의 지하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있다. 오사카의 옛날 풍경을 재현해 놓은 식당가가 있는데, 사진찍기도 좋고 옛날 분위기의 일본 식당에서 다양한 먹거리도 맛볼 수 있으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가볼 수 있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