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80년대 후반 이후 크게 상승하여 총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노동자의 37.5 %에 이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연봉(2014년)의 경우 국세청의 조사에서 정규직 478만엔에 비해 비정규직은 170만엔으로 정규직의 35 %에 그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정부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시간제근로자,파견사원 등)간의 격차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골자는 '노동의 질과 양이 같으면 동일한 금액의 임금을 지불해야한다'라는 내용인데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남녀 동일임금 규정에서 더 나아가 일부 반발을 감수하면서도 정규직과 계약직 및 파견근로자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사진 : 니혼케이자이신문

유럽에서는 이미 일반적인 제도

유럽연합(EU)은 회원국 공통의 규칙으로 파트타임 노동자, 계약직, 파견사원 등에 대해 정규직에 비해 불이익을 가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금뿐 아니라 휴일 및 복리후생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면 임금에 차이를 두는 것도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기능이 향상되고 장기적으로 경험을 쌓는다면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것을 인정한 판례가 있고, 독일도 자격이나 학력이 다를 경우 임금의 격차가 정당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을 조건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예외를 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본도 이러한 유럽의 방식을 많이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어떤 경우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불합리하다고 판된다는지에 대해 기업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추진배경

일본의 시간제 근로자의 시급이 전일제 근로자의 약 60% 수준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개념이 정착되어 있는 독일(80%)이나 프랑스(90%)에 비해 저조하며, 여기에 상여금을 포함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이는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격차가 커집니다. 전체 고용자의 약 40%에 달하는 시간제 근로자나 계약직, 파견사원 등의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여 여성이나 고령자들이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를 유도하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현상을 해결할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료: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이러한 목적외에도 침체된 국내소비와 불안한 경기 전망으로 정체상태의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을 부활시키기 위한 일편으로 기업의 내부 유보를 비정규직의 임금으로 환원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케 하여 개인소비의 확대를 통한 국내 소비를 활성화 시키려는 의도도 엿볼 수 있습니다. 어찌보면 임금인상을 명분으로 어떻게든 내수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으로도 보여질 수 있지만 비정규직 입장에서는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


일본정부의 9개 분야 노동개혁안

다방면에 걸친 개선과 지원을 골자로 노동개혁안을 발표하였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분야

 내용

비정직 처우개선

동일노동 동일임금 도입 

임금 인상 

최저임금 연 3%인상. 최저시급 1000엔 

시간외근로의 규제 

월 45시간/연간360시간 원칙 (노사 합의시 720시간까지 허용)

이직 및 재취업 지원

이직자를 고용하는 기업 지원, 정보제공 강화 

근무방식 유연화 

재택근무 등 원거리근무, 겸직, 부업 확대 

여성과 청년 지원 

재교육 기회 확대, 취업빙하기 세대 지원 

고령자 취업 활성화 

65세 이후 연속채용, 정년 연장 

일과 가족의 양립 

보육사,요양사의 임금 및 처우 개선 

외국 인재 영입 

정부 차원의 종합적 검토 


처우에 있어서 기본급, 상여 및 수당, 복리후생, 훈련 및 안전관리의 항목으로 분류하여 합리적 격차, 비합리적 격차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해설하고 있으며, 임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본급은 직업경험 및 능력, 실적 및 성과, 근속연수의 3가지 요소로 평가하여 기본급을 정할 것을 제안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한 평가를 받은 경우라면 동일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여금도 업무에 대한 기여도가 같을 경우 동일한 금액을 지급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며 직급수당과 시간외 근로수당 역시 동일한 금액과 할증률을 적용토록 제안하고 있습니다.


기대효과

가장 큰 기대효과로는 상여금의 격차가 개선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임금의 격차는 차치하고 성과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정규직에게 지급하지만 계약직의 경우 전혀 받을 수 없었던 상여금이 임금격차의 폭을 더욱 크게 했던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안건에 대해 일본의 정재계는, 액수와 관계없이 비정규직에도 상여금을 지급하려는 반응으로 정부의 상여금 지급 지침에 대해 대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정부에서는 상여금을 지급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성과라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노동개혁안 가이드라인의 문제점

일본의 퇴직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현 시점에서는 법적인 구속력 없이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으므로 실효성의 확보가 필요합니다. 경험과 능력이 동일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처우에 차이를 두지 않을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나 능력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고 회사규정에 맡길 경우 각 기업별로 편차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별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기업은 현행 판단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무와 책임, 근속년수 등에 객관적 차이가 없다면 기본급과 상여금을 동일하게 지급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개별 기업에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방침이지만 이를 판단하는 기준을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처우 격차가 있는 기업은 근로자를 대상으로 격차가 발생하는 배경과 이유에 대해 설명할 책임을 부과해야한다고 주장한 노조측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으므로 처우의 격차에 대한 사내규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발생하는 인건비의 부담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상여금 지급을 위해서는 이익이 발생해야 하는 만큼 상여금보다 생산성 향상이 먼저이며 상여금 지급을 위해 기본급을 삭감할 수도 있다라는 의견과 함께 시간제 근로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할 경우 배우자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인력부족이 오히려 심각해 질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의 필요성과 맞물려 기업의 대응 범위 사이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을 반영한 타당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고 보여지지만 향후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산업별, 직종별 격차해소를 위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제시된 처우의 격차에 있어서 모든 상황에 적용하기 위한 사례가 부족하며, 향후 기업과 근로자간의 의견대립으로 인한 충돌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기본급을 정함에 있어 업무스킬이나 직무내용이 아닌 능력과 성과, 실적 등을 바탕으로 기업이 자체적인 판단을 하도록 한 부분에 있어서도 객관적인 평가체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비정규직의 처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