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음에 따라 빠찡코 혹은 파친코라고 하는 일본의 오락문화는 그 규모와 매출을 보면 어마어마한 산업입니다. 이는 일본 국민들의 열광적인 호응속에 지금과 같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도박이라 금지된 빠찡코가 일본에서는 어떻게 산업화가 될 수 있었는지 알아봅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편의상 빠찡코가 아닌 파친코로 사용하겠습니다.
이미 알거나 직접 해본 분도 많겠지만 파친코란 같은 그림이나 숫자판이 한열로 일치하면 오아타리, 즉 당첨이 되어 기계마다 정해진 숫자의 룰에 따라 구슬이 나오는데 이 구슬을 현금이나 경품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입니다. 물론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현금이나 카드로 구슬을 사야하며 핸들을 조작해서 이 구슬을 스타터라는 구멍에 들어가면 숫자판이 한번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지금은 디지털화 되어서 마치 게임화면처럼 화려하한 파친코 기계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초창기의 파친코는 마치 핀볼게임처럼 생긴 핀이 박힌 상자에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못처럼 생긴 핀 사이를 쇠구슬이 돌아 내리며 내는 소리가 마치 '파치' 혹은 '파친'이라는 소리로 들렸다는 것과, 데굴데굴이라는 의미의 '코로코로' 라는 의태어가 합해져서 '파친코로코로' 혹은 '파치코로' 라고 부르게 되었고 지금의 파친코라는 명칭의 기원이 됩니다.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 양동근의 친구역으로 나오는 정태우가 파친코 사업을 시작하면서 파친코로코로 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무렵이 파친코의 시작이라고 보면 됩니다.
일본의 파친코 영업소는 음지에 있지 않고 시내 중심가를 비롯 시골 변두리까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으며 연중무휴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약 17000개의 점포가 있으며 도입된 기계수는 약 4백만대로 일본 인구 4명당 1대 꼴의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연간 시장규모는 약 20조엔(한화 200조원)으로 금액만 본다면 일본의 주택산업과 비등할 정도의 산업규모이며 연간 국민 1인당 약 17만엔을 파친코에 소비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파친코를 도박으로 규정하여 기계의 수입조차 금지하고 있는 실정에서 유독 일본에서만 파친코가 이렇게 발달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오락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도박'이라는 점입니다. 원래 파친코는 자신이 획득한 구슬 수에 비례하여 상폼이나 생필품, 담배등의 현물로 교환하도록 되어있고, 실제 파친코 점포내에 그러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으나 구슬을 전부 상품으로 교환해 가는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파친코 점포 외부에 마치 소극장 티켓판매소 같은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현물을 현금으로 바꾸어 주기 때문인데, 결국 현금화 할 수 있는 오락이라는 점에서 넓은 의미로는 도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편법인데, 파친코 내에서 직접 구슬을 현금으로 바꾸어 준다면 사행성 도박이 될 수 있으나 파친코에서는 구슬을 식품, 음료, 담배, 생활용품, 잡화 등의 상품으로 교환해 주거나 전용카드에 적립시켜 구슬을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한편, 팬던트나 메달 등으로 교환해 주기도 하는데 이것이 바로 현금화를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파친코 외부의 지정된 장소에 가져가면 팬던트의 종류와 갯수에 따라 현금으로 바꿔주는데 말하자면 팬던트를 사고파는 형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편법으로 파친코 자체는 단순한 오락이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도박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일본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고 있으며 카지노 등에 비해 거래되는 액수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도박으로 규정하여 대대적인 단속을 하지는 않고는 있지만, 파친코의 도박성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랜드 등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카지노가 있지만, 일본은 반대로 카지노가 불법입니다. 일본이 파친코는 허가하고 카지노를 제한하는 이유는 오락차원에서만 도박사업을 허용하고 본격적인 도박은 금지한다는 취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락이라고 하기에는 지금의 파친코 산업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파친코는 일본 최대의 레져산업이자 대중적인 공인 도박으로 자리매김하였는데, 전국의 파친코 영업점과, 기계 생산, 유통을 포함한 시장규모가 무려 22조엔에 이릅니다. 일본의 파친코 산업은 년간 한화로 따지면 약 100조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어 그 규모가 일본의 자동차 산업에 비교될 정도입니다. 일본의 동네마다 대부분 파친코 가게가 하나 둘 정도는 있으며 18세 이상의 남녀노소 구분없이 약 1천만명의 일본인이 최소 천엔 단위로 투입이 가능한 파친코 기계에 돈을 넣고 있으니 이를 단순히 오락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현재 파친코 업계의 연간 매상고는 무려 100조엔 정도이며 이 시장을 일본인과 재일교포, 중국화교가 삼분하고 있습니다. 관련업종 종사자는 약 30만명으로 우리나라 군인의 절반에 이르는 숫자입니다. 파친코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재일교포로는 평화공업사의 정동필사장과 마루한그룹의 한창우사장이 있습니다. 정동필 사장은 1941년 일본으로 건너와서 막노동 생활로 시작하여 파친코로 부를 이뤘으며 한창우 사장은 밀항으로 일본에 입국하여 연매출 50조의 지금의 마루한그룹을 탄생시켰습니다. 일본의 파친코 산업의 광고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일본의 유명 연예인은 물론, 한국 여배우 최지우씨가 오랜기간 파친코 ARROW의 CF모델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파친코의 개장시간은 오전 10시인데 특별한 이벤트를 하거나 새로운 기종의 기계가 들어오는 날은 영업시간 전부터 해당 업소앞에 길게 줄지어선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 스토리와 테마의 파친코 기계가 있는데 AKB48이나 코다쿠미, 하마사키아유미 등의 아이돌이나 가수를 테마로 하거나 에반게리온, 북두신권, 루팡3세 등의 만화나 애니매이션을 주제로 하는 파친코도 있으며, GARO, 미토코몽 과 같이 드라마를 주제로 하는 기종도 있습니다. 한때 겨울연가를 비롯한 한국드라마를 테마로 하는 파친코도 유행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종류도 많고 요란하고 현란한 분위기와는 달리 의외로 쉬운 놀이방법과, 본인의 통제력 여하에 따라 개인차는 있지만 그리 큰 금액이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일본인이라면 대부분 한번정도는 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대중화 되어 있는 일본 문화의 하나가 바로 파친코입니다. 더욱이 노인 치매예방에 좋다고 하여 연세드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이 오시지만 과연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오히려 돈 잃고 화병이 날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절대 가지 않지만 일본에 적응하는 시기에 가끔 파친고를 가본적이 있고, 돈을 잃기도 따기도 해보았는데 계산해보면 결국 제가 돈을 잃었습니다. 한국분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 근처의 큰 파친코를 가면 의외로 파친코를 하는 한국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한국사람은 절대 파친코를 하면 안됩니다. 소심하고 계산적인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얼마 이상의 돈을 잃으면 오늘은 운이 좋지 않나보다 하고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어느정도 구슬이 모이고 돈을 벌었다 싶으면 무모한 재투자는 하지 않고 현금으로 교환합니다. 그런데 한국인은 이상한 승부욕이 있어서인지 기계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식으로 밑도 끝도 없이 돈을 넣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조금 딴것에는 만족을 못하는지 대박이 터지기를 바라며 기껏 조금 모은 구슬을 다시 기계에 넣으며 더 큰 기회가 오기를 노립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수년간 거의 매일 파친코를 하면서 아파트 한두채값 정도 날리신 분도 있고, 파친코에 빠져서 본업을 소홀히 하시다 본업을 접으신 분도 봤습니다.
일본에는 파친코를 홍보하는 방송뿐 아니라 파친코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강의 하기도 하며, 파친코 공략법 등과 같은 관련 서적들도 판매되고 있으며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도박이 그러하듯 중독성이 있어서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파친코만을 목적으로 일본에 오시는 한국분들도 많이 계시고 이런 분들을 위해 숙소를 제공하고 있는 현지 한국인들도 있는 실정이며, 가끔 블로그를 보면 관광으로 일본에 왔다가 재미삼에 파친코를 해보고 돈을 땄다 잃었다는 등의 글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런곳이 있구나 하는 정도로 구경은 하되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재미삼아 한번해서 돈을 잃는 것보다 처음부터 돈을 따는 것이 더 중독될 확률이 높으므로 돈을 따든 잃든 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 파친코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지금도 저는 종종 파친코를 갑니다. 하지만 파친코를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파친코의 화장실을 이용하러 갑니다. 화장실이 급한데 마땅한 곳이 없을 때 근처에 파친코가 있다면 아무 거리낌없이 들어가서 화장실을 사용하면 됩니다.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시끄러운 곳이라 굳이 파친코를 이용하는 손님이 아니라도 눈치볼 필요없이 화장실 사용이 가능합니다. 파친코는 화장실 이용 목적으로만 갑시다. 이것이 일본에서 오래 생활하고 있는 제가 드리는 일본 파친코 이용 팁이니 기억해 두시면 언젠가 꼭 도움이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