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전후 대한민국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루어 냈고, 한때 IT 강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무섭게 발전을 했습니다. 이러한 발전의 배경에는 우리네 아버지 세대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일본도 고도성장기가 있었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중장년이 된 당시 일본인들이 피땀흘려 이루어낸 성과였죠.


제가 아는 지인 중에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꽤 많은데,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의 어른들과 꽤 비슷한 말씀들을 하십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안돼!!


저도 젊었을 때는 이런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 나이를 먹었는지 괜히 공감되기도 하더군요.



예전에 이런 말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일본인 와이프와 함께 미국의 넓은 집에 살면서 중국음식을 먹을 수 있다면 가장 행복한 삶이다'


여기서 '일본인 와이프'를 굳이 지칭할 정도로 과거 일본 여성들은 현모양처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젊은 여성들은 과거 일본여성의 이미지와는 매우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그저 노는 것이 좋은 여성들이 많죠. 굳이 현모양처가 아니더라도 인생의 목표나 꿈따위는 없이 그저 생각없이 살아가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한국은 너무 심하지만 일본은 반대로 너무 무심할 정도로 자녀의 교육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하고, 친구와 약속이 있는 날은 남편과 아이들이 먹을 벤또(도시락)을 슈퍼나 편의점에서 사서 식탁위에 올려놓고 나가는 여성들도 많이 봤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본을 '성진국'으로 비유할 정도로 음란물의 제작과 유통은 물론 티비에서도 한국에 비해 수위높은 장면들이 방송되기도 하죠. 하지만 일본에 오래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문란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그러한 문화가 있지만 단지 성에 있어 개방적이고 음지로 가리지 않는다는 것일 뿐,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남자들은 소위 '남자들이 놀기'에는 일본보다는 한국이 훨씬 좋다고 할 정도로 음지의 성문화는 한국이 더 발달해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편하게(?) 돈을 벌고 싶은 젊은 여성들이 이러한 성산업에 진출하는 수가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성산업 종사자들도 팬이 형성되고 인기가 많아지면 TV 출연도 하게 되고,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하므로 연예계 데뷔를 위한 하나의 루트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늦은 밤 시내를 가면 크라브, 라운지는 물론 걸즈바, 캬바쿠라를 비롯한 다양한 여성을 상품화한 가게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젊은 남성들도 호스트 클럽 종사자들이 많아서 커다란 간판에 화려한 조명으로 선전을 하면서 대대적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 넘쳐납니다.


남자들의 경우도 힘들고 어려운 일보다는 쉽고 편하게,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일하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어른들은 이들을 보며 약해빠졌다고 하죠. 큰 꿈을 가지고 끈질기게 배우고 노력해서 성취하려는 사람은 적어지고, 편하고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적은 일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주위의 일본인들 중에는 정상적으로 회사에 취업해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몇 군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사고 싶었던 걸 사거나, 해외 여행을 하는데 돈을 탕진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아르바이트를 하죠.


직장내에서도 해보자!! 며 화이팅 넘치는 사람보다는 그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한국 못지않게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던 일본 조직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합니다. 복장, 언행 등 사회생활을 하는데 최소한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이들도 많아서 신입사원들 중 많은 수가 지적을 받기도 한다는군요.


예전에는 장인정신을 중시하며 가업을 이어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본은, 자식이 취업을 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부모님이 은퇴하실 때가 되면 다시 돌아와 가업을 이어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수십년 수백년 전통의 상점들이 그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죠. 그러나 점점 그런 상점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가업을 잇기위해 퇴직을 했다라는 것이 미담으로 소개될 정도니까요. 


아오이유우 주연의 드라마 '오센'을 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전통적인 방식을 무시하는 현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고 있습니다. 일본도 그러한 풍토가 안타깝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변해가는 사람들의 의식을 거스를 수는 없었나 봅니다.


일본의 어른들 중에는 한국인 남성에 대해 동경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며 타국땅에 와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좋게 평가해 주시죠. 그러면서 도전정신이 없다며 일본의 젊은이들과 비교를 하기도 합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국의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와서 이렇게들 든든한가? 일본의 남자들도 다들 군대를 보내야 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그만큼 일본의 어른들이 보기에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은 너무 약하고 한심해 보인다고 합니다. 


일본의 젊은 여성들조차 일본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데요, 소극적이다. 남자답지 못하다. 그러면서 권위적이다 등의 말을 자주 합니다. 그에 비해 한국 남성들은 적극적이고 남자다우며, 굉장히 자상하다며 일본남성과 비교하며 동경의 표현을 하기도 하죠. (일본 남자들이 한국 남자에 대한 질투로 혐한을 하는 것은 아닌지? ㅋ)


물론 이러한 현상은 사회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과거에 비해 그 수가 많아졌으며, 앞으로는 더욱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들의 우려입니다. 일본에도 굉장히 멋있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많고, 그 노력의 결실로 많은 결과물도 내어놓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다수의 일본인 젊은이들 중에도 정말 착하고 성실하고 예의바른 친구들이 훨씬 더 많죠.


한국에 비해 교육열은 낮지만, 학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층도 있어서 과외수업을 받아서라도 좋은 대학에 진학시키려는 부모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한국과는 달리 공부에 취미가 없고 꼭 가고 싶지 않다면 굳이 강요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죠. 직업에 따른 표면적인 차별은 없기 때문에, 4년제 대학대신 자신이 배우고 싶은 전문학교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통해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시대가 변하면 사람들의 의식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구시대의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왔던 것에 비해 요즘 세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그만큼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름 아둥바둥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죠. 


일본도 한국도 아버지 세대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위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버지 세대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기반위에 자녀세대가 더욱 열심히 해서 더 발전시키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인 중 한분은 기성세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젊은 세대를 비난만 할 입장은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부모들이 자식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죠.


한국도 일본도 어렵고 힘든 시기를 거쳐오면서 내 자식들에게는 편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부모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표현 방식이 지금의 젊은이들을 만들어 낸 이유라고 말합니다. 


일본은 자식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했고,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이 고생하지 않기 위해 출세하라며 무조건 공부를 시킨거죠. 그래서 일본의 젊은이들은 학업보다는 눈치보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는 이들이 많고, 한국은 자신의 적성이나 재능보다는 오로지 국영수 중심의 공부가 중시되어 고학력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일본은 부모가 자식의 성장에 부모의 강요가 크지 않았기에 다양한 문화와 자유로운 자기표현이 가능하고, 정말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성공하는 이가 있는 반면, 방향과 목적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많아졌죠. 이에 비해 한국은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공부를 강요당하고 높은 지식과 학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해진 기준, 획일적인 목표에 강요당하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입니다.


어느것이 정답이고 오답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부모로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자식에게 했을테니까요. 그러니 그러한 부모에게 반감을 가지거나 원망할 이유도 없는 것이죠.


저또한 부모님과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공부에 대한 압박을 받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였으나 적성에 맞지 않아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직을 하고 일본으로 건너왔습니다. 아버지는 남들 취직할 때 취직하고, 결혼할 때 결혼하는 정답같은 인생을 살기를 바라셨지만 스스로가 원하지 않는 일을 평생 억지로 하는 것은 고문같은 일이었기 때문이죠. 그 후로 한동안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 이해해 주십니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제가 한 일들에 후회는 없습니다. 


어른들이 바라보는 젊은이들에 대한 시선은 어쩌면 그들이 살아온 문화와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이질감의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는 그들의 잣대로 평가하여 현 세대를 평가합니다. 당연히 충돌이 생기죠. 하지만 삶을 대하는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사회생활 전반에 있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통념적 룰에 있어서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틀리지 않았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도 젊고 혈기넘치는 시절이 지나고 사회에서 많은 일들을 겪다보니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무조건 낡은 생각이라며 무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적이 많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제가 꼰대처럼 후배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우리가 이만큼의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도 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부모님께 감사하면서 우리네 자식들이 성장해서 살아갈 사회는 우리가 만들어 줘야 합니다. 참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자신의 행복도 반드시 추구해야 하구요.


회식하고 와서 약간의 술기운에 무슨 내용을 썼는지 두서는 없지만 그냥 들은 이야기와 함께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습니다. 대충 걸러서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