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이제 한국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가 봅니다. 예전에 비해 잦은 빈도로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강도도 무시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살고 있을 때만 해도 지진은 일본에만 해당하는 일인 줄 알았고, 때문에 지진에 대한 대비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었죠. 하지만, 최근들어 한국에 지진이 종종 발생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지진이 많았던 일본은 건축물을 설계할 때 이미 내진설계를 기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에 비해 한국의 건축물은 대부분 내진 설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같은 강도의 지진이라도 일본에 비해 그 피해가 심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지진 발생에 대피한 기초지식과 훈련이 더욱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아직 우리나라는 그에 대한 정보나 제도가 일본에 비해 한참 부족한 현실입니다.


저도 일본에서 살면서 작은 지진을 몇 차례 겪었지만,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처음 지진을 느낀 것은 도쿄의 시부야 101 근처의 커피숍이었는데, 찻잔은 물론 실내의 조명, 선반, 장식 등이 마구 흔들렸죠. 처음 겪어보는 지진이라 너무 무서웠지만, 더 놀란 것은 일본인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당시 그 곳에는 젊은 여성 손님들이 많았는데, 누구도 당황한 기색없이 [어라..지진왔네..] 이런 반응이었습니다. 일부는 테이블 밑으로 몸을 숨기기도 했고, 일부는 그대로 앉아 있었는데,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저와는 달리 일본인들은 너무나 침착하더군요.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어릴 때 부터 지진을 자주 겪어 온 일본인들이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고, 특히 학교나 직장에서도 지진에 관련된 교육을 늘 받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 침착하게 대응을 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지진관련 메뉴얼이나 관련 방송을 보면, 특히 실내에서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실 지진 자체의 진동보다는 지진으로 인한 사물의 이동이나 낙하에 부딪혀서 발생하는 부상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지진 자체를 무서워 하기보다는 진동이 느껴지면 주위를 살피고 진동이 멎을 때까지 최대한 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피난은 진동이 멈춘 후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한국에 비해 지진이 잦은 일본의 소방청에서 작성한 지진방재 메뉴얼을 참고로 지진 발생시 대처요령을 살펴도보록 하겠습니다. 영문 페이지를 제공하지만 한국어 페이지는 없으며, 번역툴을 써도 일부만 번역이 되므로 해당 내용을 참고로 정리하여 포스팅 합니다. 실내편, 실외편, 피난 밎 대비 등 각 상황에 맞는 설명을 하고 있지만 내용이 긴 관계로 우선 실내편 부터 안내해 드립니다. 


일반주택


자택에서의 기본적 사항


튼튼한 책상이나 테이블의 밑으로 피신하고 책상 다리를 단단히 붙잡으세요. 또한 머리를 방석 등으로 보호하여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갑작스런 큰 흔들림에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 현관문을 열어 출입구를 확보합니다.


● 선반이나 책장의 물건이나 TV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다치지 않기 위해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 당황해서 야외로 나가지 않도록 합니다.



■ 자고 있을 때


만약 지진의 흔들림으로 잠에서 깬다면 이불과 함께 침대속으로 들어가던가, 침대 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우에는 침대 밑으로 들어가 몸의 안전을 확보합니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어두운 실내에서 깨진 유리창이나 조명기구의 파편으로 인해 부상 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 합니다.


● 머리맡에는 두꺼운 양말이나 슬리퍼, 손전등, 휴대용 라디오 등을 두고 대피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둡니다.


● 침실에는 넘어지거나 떨어질 수 있는 것 등을 두지 않도록 하고, 만약 있다면 머리나 몸으로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잠을 잡시다.



■ 화장실, 욕실


흔들림을 느끼면 먼저 문을 열고 피난로를 확보한 후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립니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욕실은 타일이나 거울, 세면기, 변기 탱크 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 목욕하고 있을 때라면 거울과 유리의 파손에 의한 부상에 주의합니다.


● 욕조 안에서 목욕의자나 바가지 등을 쓰고 머리를 보호합니다.


● 흔들림이 멈추는 것을 기다렸다가 피난합니다.



■ 부엌


우선 식탁 등의 아래로 몸을 피하고 흔들림이 멈추는 것을 기다립시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조리기구에 불이 켜져 있더라도, 무리하게 불을 끄러 가다가 조리기구가 떨어져 화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흔들림이 멈출 때까지 기다립시다.


● 찬장, 냉장고 등이 넘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내용물이 튀어 나올 수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 가스렌지나 스토브가 근처에 있다면 냄비 등 조리기구가 미끄러져 떨어질 수 있으므로 근처에서 떨어져 있어야 하며, 흔들림이 진정되면 침착하게 불을 끕니다.


● 흔들림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가스공급을 중단하는 가스 누설 차단기가 대부분 가정에 설치되어 있으므로 특성과 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해 둡니다.



고층맨션(한국 아파트)


고층에서는 지상보다 흔들림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합시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튼튼한 책상 등의 아래에 숨어 흔들림이 진정되는 것을 기다립니다.


● 고층에서의 지진은 진동의 시작은 느리지만, 흔들리기 지작하면 길게 흔들리고, 진폭도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 평소에 비상구의 확인을 해 두어야 합니다.



직장


사무실에서는 캐비닛이나 선반, 사물함, 복사기등이 넘어지거나 움직여서 다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것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보호하고 책상 밑에 숨어 몸을 보호합니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유리창이 깨질 수 있으므로 창가에서 떨어집니다.


● OA기기 등의 낙하에 주의 합시다.


● 정리정돈 등 평소에 근무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 밖으로 피난할 때는 낙하물 등에 주의하고, 엘리베이터는 사용하지 않도록 합시다.



슈퍼/백화점


가방이나 장바구니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쇼케이스 등 넘어지기 쉬운 곳에서 떨어집니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엘리베이터 홀 등 비교적 상품이 적은 장소 혹은 기둥 부근에 몸을 의지합니다.


● 유리제품과 도자기, 기타 진열 상품등의 낙하 및 전도에 주의 합시다.


● 당황해서 출구로 쇄도하지 말고 담당자의 안내와 지시에 따릅시다.


● 엘리베이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해도 엘리베이터에 의한 피난은 하지 않도록 합시다.



영화관/극장


가방등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좌석 사이에 숨어 흔들림이 멈추는 것을 기다립시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이나 유리창 등에 주의하면서 안전한 장소로 피난합시다.


● 정전이 되더라도 유도등과 비상등이 켜져 있으므로 당황하지 말고 관계자의 지시에 따릅시다.


● 당황해서 출구나 계단으로 몰려가지 않도록 합시다.


● 사전에 피난계단이나 비상구를 확인해 둡시다.



지하


당황하지 말고 가방 등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흔들림이 멈추기를 기다립시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만약 정전이 되더라도 비상조명이 켜질 때까지 어둠속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않도록 합시다.


● 지하상가에는 60미터마다 비상구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하나의 비상구로 몰려 들지 말고 침착하게 지상으로 탈출 합시다.


● 탈출할 때는 벽을 짚고 걸어서 피난합니다.


●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비교적 안전하므로 당황하지 않고 행동합시다.



학교


교실에서는 책상 밑으로 숨어 낙하물 등으로 자신을 보호하도록 하며, 급히 밖으로 뛰쳐 나오는 등 제멋대로인 행동을 삼가하고 교직원의 지시에 따릅시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복도, 운동장, 체육관 등에서는 중심부로 모이도록 합니다.


● 실험실 등에서는 약품이나 화기에 주의하도록 합니다.


● 통학로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혼자 마음대로 귀가하지 않도록 합시다.



엘리베이터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 가장 먼저 정지한 층에서 내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지한 층에서 황급히 내리는 것이 아니라 해당 층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진 : 総務省消防庁


● 지진이 발생하면 사람들이 갇혀 있는 경우도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구조를 위해 즉시 달려와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 엘리베이터에 갇히더라도 초조해 하지 말고 침착하게 핸드폰이나 비상호출버튼 등을 이용해 외부와의 연락을 위한 노력을 합시다.



이상으로 지진 발생시 실내에서의 대응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피난을 위한 통로 확보와 진동이 멈출 때까지 몸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진동이 멈춘 후에 피난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시설이나 설비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고 지진 발생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하여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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