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일본에 처음 와서 유학생으로 생활하고 있을 때 모든게 새롭고 신기해서 많이 보러 다니고 먹으러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도톤보리, 신사이바시를 가도, 우메다를 가도 그냥 동네 놀러나온 느낌이고, 예전 같으면 시내 나간다고 차려입고 멋부리고 나갈텐데 요즘은 그냥 저지팬츠에 운동화정도의 가벼운 차림으로 다닐때가 많습니다. 이제 일본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것인지, 슬슬 다른 나라로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고 있습니다. ㅎㅎ

최근 난바쪽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문득 리루로 오지상 치즈케익이 생각이 나서 찾아가 봤습니다. 예전에 정말 자주 먹었던 케이크인데 케이크라기보다는 굉장히 부드러운 카스테라 같은 느낌이죠. 가난한 유학생 시절에는 저렴한 가격때문에 생일케이크로도 자주 등장했었고 따듯할때 먹어도 맛있지만 식어도 맛있는 리쿠로 오지상 치즈케이크가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졌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역시 줄을 늘어선 사람들의 뒤에 저도 같이 줄을 서봅니다. 안에서 열심히 치즈케익을 만들어 내고 그냥 포장만 해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줄은 빨리 줄어듭니다. 덴마크에서 직수입한 크림치즈, 홋카이도산 우유와 버터, 신선한 달걀을 사용해 만든 수제 치즈케익이라고 적혀있네요. 냉장보관으로 3일까지 괜찮다고 적혀있습니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중 하나가 갓 구워진 치즈케이크에 상징과도 같은 할아버지 도장을 저렇게 인두로 찍어주며 이때 옆에 있는 종을 울림으로써 갓 구워낸 치즈케익이 나왔음을 알립니다. 지금이야 항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으므로 하나의 작은 이벤트에 불과하겠지만, 초창기에는 종을 울리고 인두를 찍는 것으로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야키타테, 즉 금방 구워져 나온 것을 알리는 호객수단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오랜만에 종소리랑 인두찍는 것을 보니 빨리 먹고 싶어집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는데 계산을 하려고 보니 어라...가격이 틀립니다. 예전엔 분명 500엔이었는데 언제 저렇게 가격이 올랐지? 소비세가 5%에서 8%로 오르고 난 뒤에도 540엔에 샀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무려 685엔입니다. 잠시 당황을 했지만 계산을 하고 케익을 받아들자 마자 들고 다니면서 다 뜯어먹었네요. ㅎㅎ 역시 따끈하고 부드러운 치즈케익은 맛있습니다.


오랜만에 가서 가격이 오른것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리쿠로 오지상 치즈케익의 가격이 오른것도 이해는 갑니다. 최근 몇년 사이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일본의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는데, 공산품의 가격이야 큰 변화가 없지만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의 시장 상인 가격은 대부분 많이 올랐습니다. 대표적으로 쿠로몬 시장이 그러한데 지금 가격에 쿠로몬 시장에서 뭔가를 사먹는 다는 것은 솔직히 호갱님 인증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예전부터 그 상권을 이용하던 현지 주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한 현실이지만 그런 가격에도 구매를 하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요?? ㅎㅎ 그래도 리쿠로 오지상 치즈케익은 가격이 올랐지만 이 정도 가격이면 아직은 돈 아깝다는 생각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만여행 중에 먹었던 대왕카스테라보다는 훨씬 맛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