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한국에서는 늘 승용차만 타고 다녔지만, 일본에 살게 되면서 자전거를 즐겨 타게 됬습니다.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오사카는 자전거가 이동에 편리하기도 해서 지하철도 거의 탈 일이 없었죠.


그런데 최근 오사카도 장마에 접어 들면서 종종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오늘 문득 지하철에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10년이 넘게 일본에 살면서 이제서야 눈치챈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오늘 새로 알게 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일을 주로 노트북으로 하기에 저도 늘 백팩을 메고 다닙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백팩을 메고 지하철을 탔는데, 오늘따라 유독 사람이 많아 좌석에 앉지 못하고 서서 가야 했죠.


지하철이 출발하고 다음 역에 정차하자, 또 사람들이 우루루 타기 시작합니다. 서 있는 자리조차 비좁아 지기 시작하네요.


그런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메고 있던 백팩을 등이 아니라 가슴쪽으로 돌려 메면서 탑니다.


처음엔 별 생각없었는데, 다음 역에서도 백팩을 멘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슴쪽으로 백팩을 돌려 멥니다.


주위에 저 혼자만 등으로 백팩을 메고 있었죠.


그러던 차에 지하철에서 안내방송이 나오는데, 여러 내용 중 제 귀에 꽂히는 말이 바로 백팩은 앞으로 메거나 손에 들어 달라는 겁니다. 다른 승객에게 방해가 된다는 것이 이유였죠.


그 방송을 듣자 혼자 백팩을 뒤로 메고 있는 제가 굉장히 부끄럽게 느껴 집니다.


앞으로 고쳐 메기에는 좁은 공간에 오히려 주위 승객들에게 방해가 될 것 같고, 이제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데, 그냥 모른 척 하고 가자 생각하고 내릴 때까지 그대로 메고 있었지만, 그 시간동안 왠지 모를 민망함에 꽤나 부끄러웠네요.


확실히 제가 가방을 뒤로 메고 있으니 승객들이 타면서 제 뒤를 지날 때마다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했습니다만, 고쳐 멜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일본인들은 이미 고쳐 메면서 지하철에 탑승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굳이 안내방송에서 그렇게 권장하기 때문에 백팩을 고쳐 메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래 글에서도 일본인의 에티켓을 볼 수 있습니다.


비올 때 일본인들의 에티켓, 우산 사용법 - 정블리닷컴


어찌보면 정말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러한 사소한 배려와 매너들이 서로 인상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저도 배워가려 합니다.


오늘은 부끄러웠지만, 다음부터는 저도 매너있게~ 


지하철에서는 백팩 앞으로 메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