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명함을 주문해야 하는데 며칠 미뤄버린 탓에 늘 주문하던 곳에서는 납기를 맞출 수 없다고 합니다. 급히 제작을 해야해서 당일 제작이 가능한 곳을 검색해서 찾아갔습니다.


당일제작에 디자인비(디자인 다 해갔음에도 자기네가 조금만 손대도 돈 받음ㅜㅜ)를 포함하니 기존 업체대비 두배 이상 비싼 가격이었지만 급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마침 M군이 쉬는 날이라 같이 동행을 했는데, 언제나 배가 고픈 이 녀석은 밥 먹으러 가자고 난리입니다.


명함 제작한 곳이 혼마치인데 자주 지나다니기는 하지만 근처에서 식사해본 적은 없어서 뭘 먹을까 한참을 둘러보다가 텐동 전문점이 보이자 튀김을 좋아하는 M군은 주저없이 먹어보자고 합니다.


'えびのや(에비노야)'라는 이 음식점은 튀김 전문점인데, 특이하게 명란젓(멘타이코)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튀김과 명란젓이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인듯 하지만 명란젓을 워낙 좋아하는 일보인들에게는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리를 잡고 가게를 둘러봅니다. 전체적인 구조는 튀김정식 전문점 마키노와 비슷하지만 보다 영업을 늦게 시작한 마키노가 좀 더 청결한 느낌입니다. 튀김을 튀겨내는 것도 마키노처럼 커다란 기름가마를 사용하고 있네요.



메뉴를 들여다 보니 글자로 쓰여진 정식메뉴 아래로 텐동 메뉴가 사진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새우튀김이 몇개냐에 따라 텐동의 가격이 차이가 나는군요.


저희는 텐동이 아닌 왼쪽에서 세번째 아지와이 정식을 주문했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듬튀김과 튀김을 찍어먹는 텐츠유, 미소시루, 밥이 나옵니다. 가게의 한켠에 명란젓을 포함해 몇가지 반찬이 비치되어 있어 손님이 알아서 가져다 먹으면 됩니다. 


'마키노'는 튀김을 하나씩 튀겨서 순서대로 올려주기 때문에 금방 어떤 튀김이든 튀기자마자의 바삭함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비해 이 곳은 모든 튀김을 한꺼번에 튀겨서 한번에 가져다 줍니다. 튀김의 맛은 나쁘지 않았고, 특히 튀김에 민감한 M군도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며 잘 먹습니다. 들어오면서 기름가마의 기름을 봤는데, 맑은 기름이 가득해서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무한리필의 명란젓은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비리지도 않고 괜찮았습니다. 명란젓을 듬뿍듬뿍 담아가는 손님들이 꽤 많았는데, 저도 두번 가져다 먹었네요. M군과 저는 각각 100엔에 제공하는 공기밥을 추가 주문해서 배터지게 먹고 나왔습니다.


튀김만으로는 마키노가 조금 더 퀄리티가 높다고 보지만, 튀김만 계속 먹어야 하는 '마키노'에 비해 명란젓과 타카나, 우엉 등 다른 반찬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えびのや(에비노야)'는 질리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1978년부터 시작해서 전국 각지에 점포수를 늘려온 에비노야는 수십년동안 영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손님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반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