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지난 포스팅에 굉장히 유창한 한국어 실력의 일본인 친구 야마다에 관한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제가 일본어를 거의 모르던 시절, 한국어가 유창한 야마다와 자주 어울려 다녔는데, 당시 일본어 학교를 다니고 있던 저에게는 굉장히 도움이 되는 과외선생님이었죠.


학교에서 배웠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나 숙제 등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한국어로 설명을 해주었기 때문에,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일본인에게 한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다니, 지금 생각하니 조금 웃기네요 ㅎㅎ


일본어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일상적인 대화는 충분할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 됬지만, 아직은 유창한 일본어가 아니어서 대화 도중에 몇 번이나 의미를 물어봐야 했고, TV도 전문적인 용어를 제외하면 뉴스나 드라마 정도는 대충 의미를 알아들을 수는 있었지만 예능프로그램이나 특히, '오와라이'라고 하는 만담 형식의 개그는 도대체 사람들이 왜 웃는지, 웃음의 타이밍이 전혀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년을 일본에서 생활하며 지내던 어느날, TV에서 '오와라이'를 보다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제 모습에, '아...일본어가 많이 늘었구나' 하고 느낀적이 있었죠. 그러나, 10년이상 일본에 살고 있으면서도 아직 일본어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일본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같아서 단어만 외워도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은 되기에 처음 배울 때는 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알면 알수록 어려운 것이 일본어이기도 합니다. 같의 의미이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틀려지는 말이나, 같은 사물을 두고도 지칭하는 말이 다른 경우도 많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마구로(참치)를 예를 들어 볼까요?


마구로는 그 형태에 따라 몇 가지의 세는 법이 있습니다.



바다에 헤엄칠 때는 一匹(잇비키)



잡혀 올라오면 一本(잇뽄)



손질을 한 큰 덩어리는 一丁(잇쵸)



작은 덩어리로 다시 자르면 一塊(히토고로)



이것을 슈퍼 등에서 판매용 팩으로 만들면 一冊(히토사쿠)



먹을 때 한입 크기로 잘라진 것은 一切れ(히토키레)


같은 마구로지만 세는 법이 정말 다양하죠?


이 뿐만 아니라 같은 한자라도 쓰임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거나, 특히 이름이나 지명에 쓰인 한자는 특별한 법칙도 없이 발음되는 경우도 있어 일본인이라 하더라도 처음보는 지명은 읽지 못하거나 틀리는 경우가 많죠.


제 일본인 친구 야마다와 한적한 시골로 놀러 갔을 때, 버스 정류장에 쓰여진 지명을 어떻게 읽냐고 물어봤더니 망설임 없이 '몰라' 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본인이 일본말도 못 읽으면 어떻하냐고 핀잔을 줬더니 읽을 수 없는 지명이나 한자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도 '~~일 리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はずがない(하즈가나이)

~~わけがない(와케가나이)


이 두 표현의 차이에 대해서도 물어본 적이 있는데, 한참을 고민하더니, '같은 말이야'라고 대답합니다. 학교 시험문제에서는 분명히 사용법이 틀렸는데 말이죠.


남성이 본인을 지칭하는 말로 '와타시'외에도 '오레' '보쿠' '와시' 등이 있고, 여성도 역시 '와타시'외에 '아타시' 왓찌' '우찌'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하며 상대방을 부르는 대명사도 여러가지죠. 


이 외에도 일본인들도 정확히 모르는 한자나 표현들도 많고, 지역이나, 직종, 성별, 연령, 상황에 따라서도 사용하는 말이 틀린 경우도 많아서 다양한 일본인들을 만날수록 아직 일본어가 한참 부족하구나를 느끼게 됩니다. 


일본인도 다 모르는 일본어를 제가 완벽하게 구사할 수는 없겠지만,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 적어도 일본어 때문에 곤란할 일은 없어야 하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부족해도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것보다는, '외국인임에도 일본어를 그렇게 잘 하나', 혹은 '일본인인 줄 알았다'는 말을 듣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기에 부족한 일본어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도 틈틈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최근 스마트폰과 피씨의 영향으로 젊은 세대들이 한자를 읽을 줄은 알지만 쓸 줄 모르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한국의 급식체 처럼 일본에도 어른들이 보면 내용을 알 수도 없는 표현들도 많구요. 그러나 일본에서 취업이나, 장사, 사업을 해야 한다면 정확하고 바른 일본어를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말에서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