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평소 친하게 지내는 오사카의 지인들, 그리고 한국에서 오는 지인과 함께 단풍놀이를 가기 위해 미리 렌트카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후보지로 가장 먼저 고려되었던 교토가 아닌 아마노하시다테를 다녀왔는데요, 그 이유는 교토의 대부분의 단풍명소가 에이칸토나 오오후쿠지 등의 신사나 절이었고 단풍시즌을 맞아 어디를 가든 북적이는 인파와 주차문제로 쾌적한 관광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었죠. 만만한 아라시야마도 있지만, 아라시야마의 단풍은 11월 말부터가 절정이라 시기도 맞지 않았고, 특히 토롯코 열차가 이미 매진이라 표를 구할 수도 없었기에 진작에 포기했었죠.


시가현의 비와코 호수와 그 주변의 여러 관광지,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가 있는 오카야마, 기후현의 시라카와코 등도 고려를 했지만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결국 출발하는 아침까지 행선지를 결정 못하고 있다가 결국 모두를 만난 후에야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인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 곳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미 몇 번이나 다녀온 곳이기도 한 이 곳은 경치로는 유명하지만 단풍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는데요, 다른 분들이 모두 가보지 않은 곳이고 꼭 가보고 싶다고들 하셔서 아마노하시다테를 가기로 했네요.


오사카에서 승용차로 약 2시간정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현에 속하는 미야즈시에 위치한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입니다. 9시30분에 출발하여 11시 20분 경에 도착했구요,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지만 오랜만에 가서인지 위치가 기억이 안나서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아마노하시다테는 바다사이에 숲길이 길게 뻗어 있는데, 약 7000그루의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이 곳은 3.2km 길이의 '사주'인데, 사주란 파도나 조류, 바람 등에 의해 모래나 자갈이 해안에서 바다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것이 커지면서 육지와 육지, 혹은 육지와 섬을 연결한 모래톱을 말합니다. 이 숲길을 산 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특히 몸을 거꾸로 숙여 양 다리 사이로 바라보면 마치 하늘에 다리가 걸쳐진 것 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입니다.


우리는 그 출발점에 위치한 작은 마을과 신사를 구경하는 것을 시작으로 건너편 전망대까지는 도보로 숲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은 배를 타기로 했습니다.



관광지답게 기념품이나 토산품들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눈에 보입니다. 현대적이지 않은 분위기의 상점들이 이미 관광지에 와 있음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수제로 생산한 아기자기한 장식품을 판매하고 있는 곳입니다. 색감이 너무 예쁘네요.




근처 신사에는 부채모양의 무언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습니다. 알아보니 일반적으로 신사에 가면 자신의 운을 점쳐보는 '오미쿠지'라는 뽑기 같은 것을 하는데, 보통의 신사에서는 길흉화복이 적혀진 종이가 접어진 상태인 것에 비해 이 곳은 부채모양의 미쿠지를 뽑을 수 있습니다. 동행한 분 중 한분은 '대길', 한분은 '흉'이 나와서 '대길'인 분은 집에 가져 가시고, '흉'이 나온 분은 사진처럼 나무에 걸어뒀습니다. 이렇게 신사의 나무에 걸어두면 나쁜 기운을 정화해주는 효과가 있다지요...



이렇게 컬러풀한 석상도 모시고 있는데, 이건 왠지 밤에 보면 무서울 것 같습니다. 


이제 바다위에 걸쳐진 소나무 숲길로 들어가 봅니다.




바다와 바다사이에 땅과 땅을 있는 사주인 이 곳은 이렇게 소나무가 무성한 숲길이 3.2km가량 뻗어 있습니다. 단풍을 구경하기에는 좋지 않은 곳이지만 좌우로 바다가 펼쳐져 있고, 모래사장도 있어서 여름이면 이 곳을 찾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저도 예전에 여름에 와서 숙박을 했는데, 낮에는 물놀이, 밤에는 해변에서 바다를 향해 불꽃을 쏘며 불꽃놀이를 즐겼던 기억이 나는군요.




이렇게 모래사장도 숲길을 따라 길게 뻗어 있습니다. 가을이라 한적하지만 여름이면 많은 젊은이들이 이 곳을 찾아옵니다.




경치 구경하면서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여러곳 있고, 화장실이나 자판기 등도 많이 있어서 불편함 없이 산책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이 길이 끝나는 곳에 한적한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을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카사마츠 공원이라는 전망대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이렇게 전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걸어온 숲길이 전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네요.



케이블카 바로 옆에는 리프트가 있습니다. 한 차량에 여러명이 타는 케이블카와는 달리 리프트는 한명씩 타도록 되어 있는데, 케이블카와는 다른 느낌으로 경치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번에 리프트를 탔구요, 이번에는 모두의 바램으로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전망대가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육지와 육지를 연결한 아마노하시다테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전망대는 계단으로 조금 더 올라가야 합니다.




조금 더 위로 올라오면 사람들이 이런 자세로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꾸로 바라보면 푸른 바다가 하늘같고, 저 숲길은 하늘위에 뻗은 다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天橋立(아마노하시다테)라는 지명이 붙여졌다고 하죠. 그렇게 볼려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같은 경치로 보였습니다. 




카사마츠 공원 전망대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바다와 섬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하늘색이 무척 예쁘지만, 역광 때문에 사진찍기가 꽤 힘들었네요. 그래도 눈으로 보는 풍경은 정말 좋았습니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이제 배를 타러 갑니다. 





배를 타고 멀어져 가는 마을이 참 예쁩니다. 마을에서 멀어져 가자 갈매기가 한두마리씩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많아진 갈매기 무리에게 사람들이 과자를 던져주자 더 많이 모여듭니다. 갑판위가 온통 갈매기로, 정말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의 바로 눈 앞에서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간 일행들도 처음에는 무서워 했지만 어느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네요.



이렇게 갈매기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출발했던 마을과 멀어졌습니다. 이제 배를 내리면 다시 차를 타고 오사카로 돌아와야 합니다. 아쉽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장사하고 사업하시느라 바빠서 일본에 살면서도 살고 있는 지역외에는 관광도 자주 못 가셨는데, 오랜만에 좋은 경치 보면서 기분전환도 되고 너무 즐겁게 잘 다녀왔다며 좋아들 하셔서 제가 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오고 가면서 고속도로 통행료는 물론 식사도 다 사주시고, 오사카 돌아와서도 근사한 저녁을 대접해 주셔서 하루종일 웃고 떠들고 재미있었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틈을 내서 자주 이렇게 다니면 좋겠다고들 하셔서 조만간 다음 여행을 다녀올 것 같습니다.


단풍구경은 못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날씨가 좋아서 더욱 좋았던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인 아마노하시다테 여행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