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지, 꽤 쌀쌀하게 느껴집니다. 왠지 따듯한 국물이 먹고 싶어 바쁘고 귀찮은 아침이었지만 북어국을 끓여 먹었네요. 


퇴근하면서 집 앞에 생기 대형 드럭스토어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사고 있는데, 갑자기 라면코너에서 발이 멈췄습니다. 자주 먹지는 않지만 특히 라면이 먹고싶을 때, 혹은 신제품 중 맛있어 보이는 것이 있을 때는 사서 먹곤 하는데, 오늘 제가 라면코너에서 멈춰선 것은 다른 이유입니다.


평소 그나마 가장 즐겨먹는 컵라면이 있는데, 보통 편의점에서 200엔 플러스 세금해서 216엔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제품을 98엔 플러스 세금, 절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겁니다. 어머 이건 사야해!! 100엔이 얼마 안되는 돈 같지만 한국돈으로 1000원이고, 사람 심리라는 게 이렇게나 가격차이가 나니 사고싶은 충동이 마구마구 생기더군요. 그래서 예정에도 없던 컵라면이 오늘의 저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집앞에 새로 생킨 드럭스토어에 진열된 컵라면입니다. 종류 참 많죠? 편의점이나 슈퍼 등 판매점에 따라 종류가 조금씩 틀립니다. 


자 그럼, 이렇게 수많은 컵라면 중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떤 녀석일까요??




바로 이 녀석입니다. 부타키무치 라면!!


부타는 돼지이고 키무치는 김치라는 말이죠. 일본의 한국음식점이나 일본 이자카야의 메뉴 중에 '부타키무치'라고 하면 보통 김치제육볶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비슷하다면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딱히 김치제육볶음 맛은 아니구요, 돼지고기와 김치가 들어갔다고 그렇게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이 라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컵라면 중 가장 한국라면에 비슷하면서도 입맛에 맞기 때문입니다. 일본에 살고 있어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돈코츠라멘, 쇼유라멘, 미소라멘 등의 일본라면과는 꽤 틀린 맛이므로 가끔 부타키무치 라면을 먹고 있습니다.



내용물은 돼지고기와 김치를 건조시킨 건더기, 분말스프, 부타키무오일이라고 적힌 고추기름 같은 것이 따로 들어있습니다.



이렇게 고추기름을 제외한 두가지 스프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면 됩니다.



고추기름은 이렇게 뚜껑을 닫고 그 위에 올려서 데워줍니다. 면이 다 익으면 그 위에 뿌려서 잘 섞어주면 되죠.



저는 부추나 계란을 넣어서 같이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부추만 넣었습니다. 사진을 깜빡했는데, 부추를 먼저 넣고 물을 부었구요, 면이랑 같이 익었습니다. 이렇게 면이 다 익으면 뚜껑위에 놓아서 데워진 고추기름을 넣어줍니다.



골고루 잘 저어주면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컵라면의 완성입니다.


아주 빨갛지는 않지만 보통의 일본라면보다는 한국라면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김치에서도 신김치의 맛이 나서 더욱 감칠맛이 있습니다. 사실 맛을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지만 예전에 한국에서 먹던 김치컵라면(이름이 생각안남)과 비슷한 거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제 입맛에는 살짝 짜다는 느낌이 있어서 항상 물을 조금 더 넣는 편인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깜빡하고 나중에 물을 조금 더 넣었네요. 그리고 국물에 밥을 조금 말아서 먹는 것으로 100엔짜리 저녁식사를 마쳤습니다.


이상으로 제가 일본에서 가장 즐겨먹는 컵라면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드셔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