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제가 가게를 운영할 때 손님으로 처음 알게 된 일본 지인 중에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월세 수입만 해도 엄청난 분이 계십니다. 고베와 오사카 사이에 있는 아시야(芦屋)라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거주하며, 주차장에는 롤스로이스와 캐딜락이 있죠.


연세가 조금 있는 남자분인데 한국어와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셨고, 한국어 수업이 끝나면 숙제나 모르는 것은 저에게 물어보러 오시곤 했습니다. 반대로 저도 일본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표면적인 이야기 뿐 아니라 뒷애기까지 해 주셔서 참 재미있게 일본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부동산에 관한 경험이 많아서 일본의 부동산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요,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진 이야기를 하다가 한가지 예로써 자신의 지인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이나 부동산 전망등을 보며 문득 그 이야기가 떠올라서 글로 적어봅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일본 경제에 버블이 형성되고 그 거품이 꺼지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버블전의 일본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미국이 대폭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의 제조업이 붕괴가 되고, 당시 제조업이 발달한 일본이 엔저와 함께 무섭게 미국시장을 장악해 오자 이에 대한 제재를 위해 플라자합의로 1달러 250엔이던 환율을 120엔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부분은 미국과 유럽이 강제적으로 환율을 조정했다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은 일본정부에서도 합의한 내용이며, 여기에는 그 동안의 경제성장과 축적된 자본력으로 수출에만 의지하고 있는 일본 경제를 체질적으로 바꿔보겠다는 외국 유학파 출신 경제전문가와 정치인들의 자신감과 필요성으로 커다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플라자합의를 받아들이게 된 이유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버블경제의 시작


플라자합의로 두배 가까이 환율이 내려가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 주도형이던 일본의 경제는 크게 타격을 받게 됩니다. 예상했던 바지만 기업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기가 위축되자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과 함께 대출을 확대하면서 내수부양을 위한 돈을 시장에 풀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일본에 버블이 형성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자금이 수출확대 등의 실질적인 경기회복보다 부동산, 주식 등의 투기성 자본으로 사용되게 되었고, 시중에 풀린 자금만큼이나 거대한 거품이 만들어 지면서 부동산, 물가, 주가가 폭등을 합니다. 당시 기업들은 사업으로 인한 영업이익보다는 대출받은 돈으로 투자를 하거나 자산가치의 급등으로 발생하는 당기순이익을 올리기에 급급했고, 국민들도 이에 동참을 했습니다. 누구나 돈이 필요하면 대출해서 사용하면 그만이었고, 시장에는 돈이 넘쳐나고 직장인은 물론 아르바이트도 높은 임금을 받는 시기였습니다. 



이 때가 바로 제가 아는 지인의 친구분이 원룸을 매입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원룸 한두개로 시작된 월세 수입에 재미를 보자 점점 그 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는데, 당시 일본의 대출이 어느정도였냐면, 한국이 담보대출 받을때 60-70%정도 담보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에 비해 일본은 200%까지 인정을 해주던 시절이었다면 상상이 가시나요?


그렇게 담보대출로 순식간에 1000개가량의 원룸을 보유하게 되고 상당한 월세 수입을 챙기게 됬죠. 부동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해서 자산이 불어나는 것도 눈에 보일 정도였죠. 불로소득과 다름없는 엄청난 월세수입이 발생하자 이 분은 굉장히 방탕한 생활을 하셨고 사치가 굉장히 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버블의 붕괴


이렇게 형성된 유동성 장세와 자산가치 폭등으로 비정상적인 성장을 한 일본은, 화려한 외형에 비해 속이 부실했고, 살인적인 물가와 자산가치로 정부는 대출을 규제하고 금리를 인상하여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기로 합니다. 2.5%였던 금리는 약 1년이라는 단기간에 6%까지 상승했고 결국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이어지며 자산시장의 붕괴와 함께 일어버린 10년(30년)이라는 장기불황이 시작됩니다.


일본 주가 지수 변동



일본 부동산 가격지수 변동


1,000개의 원룸을 보유했던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산 중 대부분이 부채였던 그는 부동산 가격하락과 2배가 넘게 오른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고 합니다. 노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은 적은 있으나 확인된 바 없고, 전혀 연락은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렇게 일본 버블의 형성은 저금리로 대출을 장려하고, 대출받은 돈이 자산과 시장에 몰리면서 자산가치와 물가가 상승 즉, 거품이 생기고, 한계점에 달하자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그에 따라 대출받은 기업이나 개인들의 이자부담 증가와 자산가치 하락으로 도산하는 기업과 개인의 양산되는 과정이 버블의 형성과 붕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내외부적인 요인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도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금리로 대출을 부추기며 아파트 매매를 장려했는데 이미 대출이 규제되기 시작했고, 12월부터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예정되어 있어 2018년 한국의 금리도 꽤 오를 것으로 예상이 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1600조라는 어마어마한 대출금에 대한 이자율 상승은 많은 가계를 힘들게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담보대출시 5년간 원금을 거치하고 이자만 내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대출제도때문에 아직 원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더이상 원금 거치연장이 안되므로 곧 원금과 이자를 함께 상환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가계의 부담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될 겁니다.


이자비용의 증가는 곧 지출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금리가 1%만 올라도 1600조에 대해 연간 16조라는 이자가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은행으로 들어가게 되고, 바꿔 말하면 시중에 소비되어야 할 16조가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금리 인상폭이 커질수록 금액은 커지겠죠. 국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니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감소하게 되면서 힘든 시기가 올 수 있겠습니다.


부동산 투자자들과 자영업자들, 그리고 예비 창업자들은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