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얼마전 유튜브에서 페라리를 소유한 일본인들 중 무리해서 자동차를 구입한 사람을 찾는 일본의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여러 페라리 차주를 인터뷰하면서 주로 묻는 질문이, 어떤 집에서 사느냐였는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一軒家(잇켄야) 즉, 단독주택에 산다고 대답을 했죠. 방송 마지막에 소문을 듣고 찾아간 페라리 차주만이 아파트에 산다고 대답했고, 중고 페라리를 장기 할부로 구입한 사람이었습니다.


방송 내내 패널들은 페라리 차주가 단독주택에 산다고 대답을 하면 '역시' 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이러한 내용만 보면 부자들은 단독주택에 산다라는 생각이 들어버릴 정도로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정말 일본의 부자들은 모두 단독주택에 살까요?


우선 일본에서 단독주택은 어떤 집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의 단독주택



일본말로는 一軒家(잇켄야), 戸建て(코다테), 一戸建て(잇코다테) 등으로 불리는 단독주택은 아파트나 맨션등의 집합주거 형태가 아닌 독립적인 주거공간을 뜻합니다. 


참고 : 일본 아파트와 맨션의 차이


대부분 2층으로 된 집이 많으며, 대지의 면적과 설계에 따라서는 전용의 주차공간이나 작은 정원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층아파트와 같은 집합주거가 보편적이지만,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일본인은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집합주거보다는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혼자 살거나 전직이나 발령등이 잦은 사람에게 단독주택은 적합하지 않아서 여전히 맨션이나 아파트의 수요도 굉장히 많습니다.



단독주택의 구조



보편적인 2층 구조의 단독주택의 경우 1층에 거실, 주방, 식당 등이 배치되고, 2층에 여러개의 침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전용 주차장을 두기도 하는데, 한국과 달리 일본은 골목길에 추차를 할 수 없고 계약된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자신의 집에 주차장이 있다면 매달 발생하는 주차장 요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에 살면 부자??



일본의 부자들 중에는 맨션보다는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거주환경이 좋은 주택지에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설계 및 시공하여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물론, 출입시 여러 사람과 만나게 되는 집합주거 형태보다는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월 수백~수천만원의 비싼 월세를 내는 고급 맨션에 거주하는 부자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는 단독주택에 비해 보안이 뛰어나고,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는 편리성 때문이라고 하네요. 임대형태의 단독주택도 물론 있지만 맨션에 비해 그 수가 굉장히 적고 대부분의 단독주택은 자가의 개념이므로 한번 구입하면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지만, 맨션의 경우 도심 한복판이든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고, 각종 보안시스템과 관리인 상주로 단독주택에 비해 보안이 우수하므로 이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임대 맨션도 월세가 천차만별이듯 단독주택의 경우도 지역과 건축물의 퀄리티에 따라 매입 비용에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비용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땅값으로, 부동산 중계업자의 말에 따르면 중고 단독주택의 시세중 80~90%가 땅값이고, 건축물의 가치는 거의 덤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정도라고 합니다. 따라서 학군이나 거주환경이 좋은 지역의 단독주택은 비싼 땅값때문에 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한 단독주택



하지만 단독주택이 반드시 부자들만의 전유물은 결코 아닙니다. 일본은 어디서나 단독주택을 쉽게 볼 수 있고, 아주 오래된 건축물부터 최근에 지어진 멋드러진 건축물까지 다양한 단독주택이 보급되어 있는데, 전문 건설업체에서 여러채의 단독주택을 짓고 모델하우스를 통해 분양하는 것도 많습니다. 개인이 부지매입부터 설계, 시공을 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므로 전문 건설업체를 통해 분양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것처럼 일본에는 건설업체가 매입한 부지에 건축한 단독주택이 늘어선 지역도 있습니다.



건설업체가 선시공 후 분양하는 단독주택의 경우 건설업체의 노하우로 저렴한 비용에 건축이 가능하지만 디자인이 획일적이고 원하는 대로 변경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모델하우스나 설명회를 통해서 분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지만 토지와 건물을 합해서 3억 전후에 구입이 가능하며, 저금리의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어 초기비용이 부족하더라도 집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대출의 상환은 보통 20~30년의 장기 원리금 분할상환으로 자기자본 비율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지만 대부분 월 상환금 10만엔 미만으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일본 도심의 괜찮은 원룸 월세가 6만엔 이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결혼 후 가족이 생겨 원룸보다 더 큰 집이 필요할 경우 같은 월세의 맨션보다는 훨씬 쾌적한 주거공간을 소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단독주택의 경우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도심으로 출퇴근을 해야하는 경우라면 조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


티비 프로그램 내용만 보고 잘못 이해하면 일본의 부자들은 모두 단독주택에 산다라는 착각을 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부자들도 맨션에 거주하는 경우도 많고 큰 부자가 아니더라도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많습니다. 각자의 형편과 상황에 따라 거주환경을 선택해서 살아가는 것이죠.


제 지인 중에 롤스로이스와 캐딜락을 타고 다니시는 부동산 갑부가 한분 계시는데, 그 분이 신문에 난 기사를 보여주신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월세와 자가 구입 중 어느쪽이 금전적으로 이익일까라는 내용에 관한 기사였는데, 30년 이상 같은 곳에서 거주를 한다면 집을 사는 쪽이 이익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월세로 사는 것이 이익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자가를 보유할 경우 세금 등의 부담은 물론 자가이므로 유지 보수에 필요한 비용, 특히 직장인의 경우 전근이라도 갈 경우 두집 살림을 해야할 수도 있어 비용적인 부담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집을 구입할 예정인 사람들은 직업의 안정성은 물론 추후 발생할 추가적인 비용까지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을 해야합니다. 꼭 새집이 아니어도 괜찮다면 중고 단독주택을 저렴하게 매입하여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