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오사카에는 유학생을 위한 많은 일본어 학교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YMCA라는 학교를 다녔습니다. 우메다에서 멀지 않은 토사보리라는 곳에 위치해 있는데, 처음 학교를 다닐 때는 친구가 전혀 없어서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었네요. 우리 반은 전혀 일본말을 못하는 초급반이었는데, 학급 정원 14명중 12명이 중국인, 1명이 이스라엘, 나머지 한명이 저였죠. 다들 일본이 낮선데다가 서로 말도 안통하니 친구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중에야 학교 전체의 한국인들만 모이는 술자리에 참석하면서 상급반 한국인 친구들도 생겼지만, 그 때까지는 거의 매일 혼자 밥을 먹어야 했죠. 대부분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벤또나 빵을 사먹거나 근처 음식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했는데, 중국인들은 그걸 꼭 교실로 가져와서 먹습니다. 도시락 싸오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점심시간 끝나고 나면 교실안에 냄새가 장난 아니죠.


수업시간 외에는 교실안이 중국인지 일본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였고, 시끄럽기도 하고 근처 구경도 할 겸 매일 밖으로 나가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평소와 다름없이 건물 밖으로 나와서 식사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공원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우츠보공원'이라는 꽤 크고 예쁜 공원인데, 이 곳에서 많은 일본인들이 벤치나 화단에 앉아서 혼자 점심을 먹고 있는 겁니다. 그 중에는 여성들도 많았는데, 아직은 혼자 먹는게 익숙하지 않은 저에게 굉장히 큰 용기가 생긴 계기였죠.


그 날부터 저는 점심시간이 되면 벤또를 하나 사들고 매일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혼자 밥도 먹고, 음악도 듣고, 공부도 하면서 처음에 어색하던 혼자 밥먹기가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물론 한국인들과 친하게 되면서는 혼자 밥먹을 일이 거의 없었지만요.


그래도 처음 일본에 왔을 때의 설레는 마음과 여러가지 추억이 담긴 공원이라 언제 가더라도 저에게는 기분 좋은 공원입니다.



인공으로 만든 물길 주변에 잔디가 예쁘게 깔려 있어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돗자리 펴고 놀러 나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꽃이 피는 계절에는 꽃밭이 되기도 하구요.



어두워지면 조명도 켜집니다.




여름에는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도 하는데,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물이 깨끗합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무들이 줄지어 선 산책로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멀리서 보고 진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면 동상입니다. 


이 외에도 공원내에 테니스 코트도 있고, 넓은 공터가 있어서 가끔 이벤트를 하기도 합니다.


우츠보공원을 끼고 있는 큰 도로를 건너면 굉장히 큰 규모의 테니스장이 있는데, 선수들이 연습하기도 하고 테니스 레슨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테니스를 치러 열심히 다니기도 했죠.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공원임에고 넓은 면적과 깔끔한 조경으로 인기 있는 공원입니다. 근처로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