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호로요이가 출시되면서 한국인에게도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복숭아맛의 호로요이 모모가 히트를 쳤다. 분명히 호로요이 모모가 맛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는 것은 배맛 호로요이인데 아쉽게도 항상 판매하고 있는 복숭아맛과는 달리 매년 기간한정으로 출시되어 마실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다.


작년에 맛있게 마셨던 배맛 호로요이가 올해도 출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억에는 분명 더운 여름에 출시되었던 것 같은데 여름이 다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서 올해는 판매를 안하려나보다 하고 단념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드디어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술을 사러 간 것은 아니었지만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들고 집으로 왔다.



'한정'이라고 한자로 적혀있는데 배경그림에 낙엽이 있는 것으로 봐서 가을 한정판인 것 같다. 그런데 왠지 작년에 먹던 호로요이와 조금 디자인이 틀린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배'라고 적혀는 있지만 한자로 '와나시'라고 적혀 있어 왠지 입에 익지 않은 이름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작년에 먹었던 배맛 호로요이의 사진과 비교해 보기로 했다.



같은 배 맛이지만 단순히 디자인만 바뀐 것이 아니라 제품명도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출시된 제품은 ひんやり梨(힌야리나시), 2017년에 출시된 제품은 和梨(와나시) 로 각기 다르게 표기가 되어 있다. 그렇다면 맛도 달라졌음에 틀림이 없다. 한편으로는 기대되면서도 즐겨 먹던 맛을 더이상 맛볼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사왔으니 일단 맛을 봐야지...



한 모금 마셨을 때는 아~~~ 역시 배맛~~ 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워낙에 배를 좋아해서 배맛이라면 무조건 맛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두모금째 마시면서 확실히 작년과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 제품은 배의 향이 강하면서 당도가 있어서 술이라는 느낌이 거의 없고 배맛 주스를 마시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제품은 작년에 비해 단 맛이 훨씬 줄어들었고 끝맛이 술이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 정도로 씁쓸한 알콜맛이 입안에 남는다. 분명 배의 향이 나지만 입에 착 감기는 맛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출시된 제품이 먼저 나오고, 작년 제품이 나중에 출시되었다면 둘 다 맛있게 마실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신제품이 맛이 없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입맛에는 작년 제품이 훨씬 맛있게 느껴지므로, 아마 올해는 더이상 이 제품을 마시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