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평소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부부가 함께 저녁을 먹자고 집으로 초대를 했다. 얼마전 북경과 만리장성을 다녀오면서 베이징덕을 사왔는데 같이 먹자는 것이었다. 우리 부모님과 같은 연배지만 친구처럼 아들처럼 많이 챙겨주시는 분들이다. 예전에는 자주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늘 밖에서만 만나다가 정말 오랜만에 집으로 초대받는 것이었다. 


사실 불과 며칠전에도 이 분들과 함께 밥만 먹기로 한 것이 아침까지 과음을 해서 아직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술을 좋아하셔서 집에 좋은 술들이 엄청 많지만, 이번에는 절대 과음은 하지 말자고 다짐을 받으며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테이블에 이것저것 음식이 올려지고 있었다. 베이징덕을 제외하면 모두 슈퍼마켓에서 사온 음식들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중국음식점을 하고 계시는 이 분들은 집에서는 거의 요리를 하지 않는다. 하루종일 요리를 하면 집에서는 음식을 하고 싶지 않은 기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항상 늦은 저녁을 밖에서 사서 드시거나 편의점이나 슈퍼에 파는 먹거리를 집에서 드시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좋아하는 호박튀김과 사시미, 야키토리 등도 잊지않고 준비해 놓으셨다. 그 외에도 텐푸라, 스시, 오코노미야끼, 생선구이 등 종류도 많다. 베이징덕만 오리 한마리를 통째로 뜯었는데 이 많은 양을 세명이서 다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본 슈퍼나 편의점은 식사, 반찬, 안주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다. 특히 슈퍼마켓은 조리실이 눈에 보이는 곳도 많고, 시간만 잘 맞으면 금방 요리한 따듯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유통기한과 상관없이 조리한 시간을 표시하고 아침, 점심, 저녁 시간대별로 새로 요리한 음식을 내어 놓는데, 새로 조리한 음식이 나올 때, 혹은 조리후 일정시간 경과한 음식은 할인해서 판매하므로 오늘 만든 요리지만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베이징덕은 북경의 유명한 곳에서 사온 것이라고 하는데, 진공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어슷 썬 파, 고추장과 춘장을 섞어놓은 듯한 비주얼의 중국식 양념과 함께 먹으니 굉장히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티비를 보며, 대화를 하며 차려진 음식을 천천히 먹다보니 어느새 배가 불러왔다. 시간도 늦었고 다음날 일도 해야하므로 내가 먼저 돌아가겠다고 말하고서야 겨우 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 맥주 한두캔정도로 과음하지 않고 기분좋은 저녁식사였다. 


나오는 길에 집에서 먹으라며 중국여행에서 사온 베이징덕 등 이것저것 챙겨주셨는데, 양이 많아서 혼자 먹을 수는 없고 조만간 우리집에서 홈파티를 해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