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오사카성 근처로 이사온 나를 따라 한일커플인 M군네가 이사를 왔고 도보 3분 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때문에 거의 집앞에서 캔커피를 마시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교통이 매우 편리하고 주거환경이 좋은 편이다. M군은 오사카에서 살아본 동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에 드는 곳이지만 딱 한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 대로변에서 반블럭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M군네 집은 폭주족의 소음에 종종 시달리곤 한다. 우리집에서도 들리기는 하지만 M군네 집보다 조금 더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창문을 열어놓으면 역시 귀에 거슬리기는 한다.



어느날 M군과 식사를 하고 늦게 집으로 귀가하던 중 집 근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오토바이의 굉음이 들려왔고 우리가 있는 쪽으로 향해 오고있었는데 마침 횡단보도의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었다. 늘 시끄럽게 하던 그 녀석들이라 짐작하고 어떤 녀석들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생각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꽤 늦은 시간이고 도로에는 자동차도 거의 달리지 않았으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도 우리밖에 없었다. 


굉음을 내던 10여대의 오토바이들이 혹여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지는 않을까 싶어 녹색으로 신호가 바뀐 후 잠시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음악소리 엔진의 굉음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오토바이들은 정확히 정지선에 맞춰서 정차를 했고 우리는 신호를 건넜다. 지극히 평범한 차림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각자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M군은 자신도 한국에서 어릴적 오토바이를 꽤 탔었고 그 때는 이렇게 늦은 시간에 인적도 없고 차도 없으면 거의 신호는 무시하고 다녔다고 하면서 일본 폭주족들은 귀엽다고 한다. 저렇게 신호 잘 지키는 폭주족은 처음 봤다는 것이다. 


사실 요즘 일본의 폭주족이라고 해봐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불량스럽지도 않고 평범하게 차려입은 젊은 친구들이 택트같은 100CC정도의 원동기를 타고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는데 출력이 약한 엔진에서 내는 묵직하지 않는 가벼운 굉음이라 더 귀에 거슬린다. 그러나 시끄러운 엔진 소음을 제외하면 꽤 귀여운 편이다. 과속을 하거나 무리해서 추월하거나 하지도 않고 오히려 천천히 달리면서 소음만 전달한다. 


그들이 왜, 무슨 이유로 늦은 밤에 몰려 다니며 소음을 내는지는 알 수 없지만, 거의 매일 우리 집앞을 지나다니는 것으로 봐서 경찰의 단속 대상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소음외에는 그리 위협적이지도 않고 교통법규도 잘 준수하고는 있지만 잠을 자야 할 늦은 밤에 소음을 내는 것은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우리 다른데로 이사갈까? 라며 반 농담을 하며 M군과 헤어져 집에 돌아왔지만 아마 당분간 이사는 가지 않을 것 같다. 몇 초 안되는 소음외에는 지금 살고 있는 동네가 너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