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며칠 전 온천에 가서 몸무게를 재고 깜짝 놀랐던 것이 생각나서 오늘은 무더위를 핑계로 한동안 안하고 있던 조깅을 오랜만에 하기로 했다. 더위가 한풀 꺽이긴 했지만 아직도 낮에는 더운데, 하루종일 노트북으로 작업하다 집중력이 떨어져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섰더니 선선하고 조깅하기 딱 좋은 기온의 해질녘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오사카성이 내가 항상 조깅을 하는 곳이다. 오사카성의 입구는 여러군데가 있는데 집에서 가면 모리노미야역이 있는 쪽으로 해서 들어가게 된다. 오사카성이 보이는 위치까지 왔는데 평소에는 잘 보지 못하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붉은 노을이다. 


운동을 하러 갔지만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들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그 순간 생각나는 두명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한 명은 최근 힘든 일을 겪고 있는 20년 지기 친구, 또 한 명은 항상 믿고 응원해 주며 변함없이 사랑해 주는 여친이다.


친구는 


'와우 멋지다. 친구 덕에 눈이 호강하네'


'아무 생각없이 잠시만 앉아서 노을 보고 싶네'


라고 한다. 


그래, 가끔 하늘도 쳐다보고 살아야지 친구야...



여친은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 뿐이야~'


바로 노래 가사로 사랑고백을 해온다.


친구때문에 씁쓸하다가 여친 덕분에 웃게 된다.


같은 노을을 보면서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나는 과연 저 노을을 보며 왜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었을까??


조깅을 하면서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반복해서 들었다. 슬픈 가사이지만 굉장히 흥겨운 아이러니한 곡이다. 살면서 수없이 불렀던 붉은 노을이라는 노래를 새삼스레 들으면서 갑자기 옛 추억들이 스쳐지나가는 것은 왜일까??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