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일본어를 공부하다보면 한글로 그대로 해석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같은 동양 문화권이 우리가 보면 이해가 안되면서도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서양인들에게는 도대체 이해가 안되는 말들도 많다고 한다.


여러가지 표현들이 있지만 그 중 며칠전 TV에서 어느 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일본어라며 소개했던 일본어 표현을 소개하고자 한다. 手を染める(손을 더럽히다)와 足を洗う(발을 씻다)라는 표현이다. 정반대되는 표현인데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자.



手を染める

手는 '테'라고 읽고 '손'이라는 뜻이다. 染める는 '소메루'라고 읽고 '물들이다, 염색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머리를 염색한다고 할 때도 사용되는 표현이다. 두 단어를 합쳐 手を染める라는 표현으로 쓰는데 '테오소메루'라고 읽고 '손을 물들이다' 즉, 손을 더럽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주로 나쁜 일에 손을 대서 손을 더럽힌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범죄 등 나쁜 일에 손을 대는 것을 뜻하는 手を染める(테오소메루)는 이런 부정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사업이나 장사를 시작할 때도 '事業に手を染める'와 같은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가 많다. 


■ 足を洗う

足는 '아시'라고 읽고 '발'이라는 뜻이다. 洗う는 '아라우'라고 읽고 '씻다'라는 뜻을 가진다. 얼굴을 씻다, 몸을 씻다, 그릇을 씻다 등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씻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두 단어를 합셔서 足を洗う라는 말로 쓰는데 '아시오아라우'라고 읽고 '발을 씻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단순히 발을 씻는다는 의미로도 사용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手を染める의 반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즉, 나쁜일에 손을 댄 사람이 개과천선하고 더이상 나쁜짓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손 씻었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외국인 출연자가 말하는 의문이 발생한다. 손을 더럽혔는데 왜 발을 씻냐는 것이다. 한국인은 그냥 대충 그런가보다 하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법도 한데 외국인에게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에 관해서는 두 표현의 어원을 찾아보면 이해가 쉽다. 



手を染める(테오소메루)의 어원은 과거 옷감을 염색하는 일을 시작하면 염료에 물든 손은 평생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는 설이 있다. 당초의 표현은 새로운 것, 특히 장사 등을 시작한다는 것이 원래의 의미로 추정된다. 이것이 지금은 나쁜 일에 손을 대는 것을 표현하는 뜻으로 의미가 변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足を洗う(아시오아라우)의 어원은 불교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불교에서 맨발로 수행을 한 승려가 절에 돌아가서 진흙투성이의 발을 씻는 것으로, 세속의 번뇌를 씻어내고 깨끗해진다는 의미였으나 이 의미가 세간에서 악행을 끝낸다는 의미로 변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설이 있으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두 표현의 유래가 전혀 다르고 처음부터 짝을 이루어 만들어진 표현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手を染める(테오소메루)와 足を洗う(아시오아라우)의 어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손을 더럽히고도 발을 씻는다는 표현으로 서로 반대의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이다. 각기 다른 유래에서 온 표현들이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표현이니 잘 구분해서 사용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