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일본은 9월부터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그 중 가장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이 '사람만들기 혁명'이라는 슬로건 아래 시행되는 '무상교육'으로 두개의 교육무상화가 의논될 예정이다. 하나는 어린이 보험을 재원으로 하는 유아교육 무상화, 또 하나는 대학교육 무상화이다. 


무상화의 범위와 그에 따른 재원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재원에 대해서는 연내에 결론을 낼 방침으로, 재정의 효율화, 세금, 새로운 사회보험의 창설 등의 방안이 주요 골자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책에 따라서는 자칫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다라는 우려위 목소리도 있다. 



유아교육의 무상화

약 1조엔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으로, 기존 지급하던 '아동수당'에서 소득제한을 초과하는 가구에 지급되던 특례급부를 폐지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으나 이를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700억엔에 불가해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부담을 요구하게 될 전망이다.


어린이 보험이라는 새로운 사회보험료를 가산하여 아동수당을 증액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으나. 원칙 20세~60세의 전 국민이 사회보험료를 가산하여 부담하게 되지만, 그 혜택은 0~5세의 자녀를 둔 가구에 한정되므로, 이미 아이가 다 컸거나 자녀가 없는 가정은 보험료의 부담만 증가하게 되는 셈이라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매우 강하다. 따라서 유아교육 무상화에 대한 많은 의논과 수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대학 무상교육

아베정권의 새로운 간판정책인 '사람(인재) 만들기 혁명'에 초점이 되는 것이 대학등 고등교육의 무상화이다. 일본의 대학 등록금은 연간 약 3조1000억엔인데, 이에 대해 어느정도를 무상화 대상으로 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아베총리는 그동안 '교육 무상화'의 실현을 주장해 왔으며, 내년에는 월 3만엔(30만원) 정도의 상환할 필요가 없는 급부형 장학금을 설립할 예정이다. '모든 사람에게 열린 교육기회의 확보'를 주장하며 그 대상과 규모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재원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대출 등으로 경제적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논의도 있었다. 유아교육 무상화에 필요한 1조엔의 재원보다 3배가 많은 대학 무상교육 재원의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호주의 제도를 참고로 한 '출세지불' 방식 도입을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또한 급부형 장학금의 확충도 함께 검토한다. 


호주가 실시하고 있는 '출세지불' 방식은 HECS라는 '고등교육 기부금제도'이다. 국가가 모든 학생을 대신하여 학비를 국채로 조달하고, 그 수혜자가 취직 후 지불능력에 따라 상환하는 구조이다. 가정의 경제력에 관계없이 사회전체가 교육비를 부담한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으며 소득제한은 두지 않는다.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이야기지만, 대학, 전문학교 등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이 80%이상인 일본에서 과연 필요한 일인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일본의 대학은 780개가 있고, 그 중 사립대학의 40%정도의 학교가 정원을 못 채우고 있어 대학의 통폐합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교육의 무상화에 선행하여 대학의 개혁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많다. 즉, 재원의 문제와 함께 대학 개혁의 논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두고봐야 겠지만, 거치기간에도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취업 후 원금과 이자를 갚아 나가는 한국의 학자금대출과 달리 이자부담이 없다면 이러한 비판과는 별개로 '출세지불'방식의 무상교육제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특히 졸업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갚아야 하는 한국의 학자금제도와는 달리 '출세지불' 방식은 말 그대로 출세, 즉 일정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어, 사회진출 후 안정적인 소득을 가질 때 까지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진학률이 높다는 점을 들어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지 않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많은 학생들이 학비, 혹은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용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학비지출의 부담이 줄어든다면 아르바이트 할 시간을 공부하는데 사용할 수 있어 교육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물론 그 시간을 공부가 아닌 여가활동에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어쨌든 교육문제는 국민의 관심이 높다. 9월부터 정치인뿐만 아니라 지식인도 참여하는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를 개최하고 이러한 방안의 구체적인 검토에 착수하여 연내에 중간보고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