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며칠 전 우메다에서 약속이 있어서 오랜만에 우메다를 갔다. 지금의 루쿠아나 그랜드프론트 빌딩 등이 지어지기 전과는 사람들의 동선도 많이 변했는데, 나 또한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한 후로는 우메다를 갈 때 JR을 이용하므로 오사카역과 연결된 루쿠아를 주로 약속장소로 잡게 된다. 


볼일을 보고는 커피를 한잔 마시다 배가 고파서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다. 여름이라 그런지 딱히 입맛도 없고 먹고싶은 것도 없어서 뭘 먹을지를 한참을 고민하면서, 이야기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루쿠아의 식당층까지 와버렸다. 엄청 줄이 늘어선 가게가 있는가 하면 듬성듬성 빈자리가 있는 가게들도 있는데, 메뉴를 봐도 도통 끌리는 것이 없던 차에 일행이 망고트리 카페를 발견했다. 타이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호기심에 한번 들어가보기로 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를 받아 들었다. 가게 분위기도, 메뉴도 캐주얼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처음 오는 가게의 메뉴는 어떤 음식이 있나 한번씩 훑어보고 싶다.



'이산플레이트'라는 메뉴가 추천메뉴인지 제일 앞장 한면을 다 차지하고 있다. 원플레이트에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요리인 듯 하다.




다른 세트 메뉴가 더 있고, 에피타이저로 몇 가지 샐러드도 있다.



튀김요리, 사이드메뉴, 고기요리, 해산물요리 등이 있는데, 오른쪽 제일 아래에 '똠양꿍'이 눈에 들어왔다. 타이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지만 들어본적은 있는 똠양꿍이라 왠지 반가워서 먹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우유를 넣었다고 적혀 있다. 똠양꿍은 매콤한 음식으로 아는데, 우유가 들어가지는 않았던 것 같아 스탭을 불러 물어보니 덜 맵게 하기 위해서 우유를 넣었다고 한다. 우유를 빼고 조리해 줄 수 있냐고 했더니, 이미 소스가 다 만들어져 있어서 그건 불가하다고 한다. 처음 먹어보는 똠양꿍인데 원래의 맛으로 먹어야지 희석된 맛으로 먹고 싶지는 않아서 주문을 포기했다. 똠양꿍을 대신해서 바로 위에 있는 '카니노타마고카레이타메'를 주문했다. '푸 팟 퐁 커리'라는 요리로 게와 계란에 카레를 넣고 볶은 것이라고 한다.



'카파오라이스라'는 볶은 고기 덮밥같은 메뉴와 타이식 야끼소바라는 '팟타이'를 주문하기로 했다. 유일하게 아는 똠양꿍을 주문하지 못해 조금 서운했지만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려 본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팟타이'라는 타이식 야끼소바이다. 말이 야끼소바지 면이 완전히 틀리다. 생 쌀면을 사용한다고 메뉴에 적혀 있는데, 면의 식감이 쫄깃하고 맛도 좋다.



'카파오라이스'가 나왔다. 주문을 할 때 돼지고기와 닭고기 중 선택을 해야하는데 우리는 닭고기로 주문했다. 살짝 매콤해서 그런지 입맛이 조금 살아나는 느낌이다. 고기만 먹으면 살짝 짠 느낌이고, 밥이랑 같이 먹으면 딱 좋다.



'푸 팟 퐁 커리'가 나왔다. 게의 등껍질을 장식으로 올려 놓았다. 등껍질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계란이 카레국물에 걸죽하게 풀어진 듯한 느낌인데 속에는 게의 몸통과 다리가 먹기 좋게 절단되어 같이 조리되어 있다. 밑에 밥은 깔려있지 않아서 밥을 원하면 따로 주문해야 한다. 아주 맛있다고는 못하겠는데, 묘하게 맛있는 맛이다.



 샐러드를 하나 주문하려고 메뉴를 보다, 삶은 생선살과 야채의 샐러드가 있어서 시켜봤다. 이건 좀 입 맛에 맞지 않다. 묘하게 신맛이 나는 찍어 먹는 소스도 그렇지만, 생선살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다. 아주 맛있는 생선은 아닌 듯 하다.




이렇게 식사를 마치고 머리속에 망고트리 카페가 입력이 되자, 다른 곳에서 망고트리 카페가 보이니 전에 먹었던 곳이라며 인식이 된다. 우연히 그 중 한 가게 앞에 놓인 입간판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뭔가 내가 알고 있는 망고트리 카페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메뉴 구성이 달랐다. 분명히 같은 간판인데 왜 메뉴가 다를까 의아해 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똠양꿍을 찾아 보았다. 우메다 루쿠아의 망고트리는 똠양꿍에 우유를 넣어 조리를 하는데, 이 곳의 메뉴는 우유를 넣었다는 말이 메뉴에 적혀있지 않다.


일본의 음식점 체인점이 점포마다 맛이 조금씩 다른 것은 이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망고트리 카페는 메뉴구성과 조리법 자체가 다른 곳도 존재하는 것 같다. 다음번엔 우유를 넣지 않은 똠양꿍을 먹으러 가볼까?? 어떤 맛일까...똠양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