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일본 생활이 재미있었다.

물론 편하게 먹고 놀면서 생활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정말 많이 고생했다.

하지만 그 힘든 상황속에서도 웃을 일은 생기고, 그 시기를 잘 지내고 나면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의 나는 무일푼으로 세상 어디에 가더라도 정착해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것이 내가 일본 생활을 하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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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접수표!!

영주권을 신청하면 이런 종이를 여권에 붙여 준다.

다년간의 일본생활을 거쳐 드디어 영주권을 신청했다.

아직 허가가 난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결격사유도 없다.

유학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오래 살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에서 대기업 다니다 유학 반대하시는 부모님 몰래 회사 그만두고 일본으로 온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모아 온 유학자금 사기 당해서 집도 없이 몇 개월을 살았다. 아르바이트 하는 가게 휴게실에서 잠을 청하거나, 일부러 밤새는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밤새 일하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그땐 어떻게 그런 생활을 견뎌냈을까 싶지만, 그런 시간을 극복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살아왔고, 지금의 나는 세상 어디에서도 잘 살아 갈 자신이 있다.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회사도 설립하고 가게운영도 해보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좋게 봐 주시는 좋은 사람들이 옆에서 항상 지켜봐 주었다. 리먼쇼크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더 안 좋아진 일본경제 속에 일본기업은 물론, 자영업자들도 무척 힘든 시기를 맞이하였고 내가 하는 일들도 물론 영향을 받았지만 적자없이 잘 운영해 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있다. 비록 엄청난 부자가 된 것은 아니지만 고시공부하는 동생을 몇년간 전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기에 처음 계획과 완전히 다르게 진행된 나의 일본생활에 큰 불만은 없다. 아니, 오히려 내가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동생에게 매달 경제적 지원을 수년간 해줄 수 있었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솔직히 자신 있게 말 할 수 없다.

 

여느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반일감정이 강했고 쪽바리라며 노골적으로 일본을 싫어했던 내가 어쩌다 일본으로 유학을 오게 됬고 지금은 일본을 좋아한다. 일본에서 사는 것이 편하다. 나이가 들면 한국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생각을 하지만 지금은 일본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직 많이 젊은가 보다.

 

몇년전 회사와 가게를 모두 정리하고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과로로 인한 건강 적신호가 이유였다. 

생각을 했다.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일은 나이가 들 수록 리스크가 커진다.

그래서 과감히 업종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도전중이다.

그에 따른 리스크, 물론 있다. 내가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도전은 두렵다.

아직은 직원 없이 혼자 하는 단계지만 왠지 모르게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서두르지는 않는다.

 

영주권 신청을 계기로 지나온 일본 생활을 되돌아 보며,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던 일본과 내가 겪어본 일본은 확실히 다르다.

내가 겪은 일본을 공유하고 싶고, 내가 더 알고 싶은 일본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좋다, 나쁘다라는 관점이 아니라 다르다 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선입견을 깨고 일본을 바로 보기를 원하고, 한일관계도 좋아지기를 바란다.

처음 하는 블로그라 틀이 잡히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꾸준히 만들어 가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