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데 날씨가 너무 좋아 집에만 있기가 아까운 하루였습니다. 어딘가 놀러 나가고 싶어서 후배에게 전화를 했더니 금새 달려왔습니다. 오늘은 왠지 밤파크공원이 가보고 싶었는데 후배가 작년에 갔다온 곳이 너무 좋았다며 억지로 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도착한 곳은 우시타키야마(牛滝山)라는 산인데 검색해 보니 단풍과 하이킹 코스로 유명한 곳입니다. 벗꽃 필 무렵에 왠 단풍명소냐며 핀잔을 주었지만 이왕 왔으니 열심히 구경하기로 합니다. 산중턱에 온천도 있고 가구수는 많지 않지만 마을도 있는데 산을 더 올라가면 신사가 있고 산길을 따라 등산로가 만들어져 있는 곳입니다. 오사카 시내에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은 오사카보다는 와카야마에 가까운 곳입니다. 운전중이라 사진은 못 찍었지만 귤로 유명한 와카야마쪽이라 그런지 귤나무가 가득한 과수원도 보이고 자전거 하이킹을 하는 젊은 남녀들도 다수 있습니다.
마을을 지나 후배의 안내를 받아 등산로를 따라 산길로 접어들면 버섯을 키우는 농장, 폭포, 신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어서인지 지금은 그다지 방문자가 없고 꽃이라곤 볼수 없는 산길이지만 공기가 너무 맑고, 등산로 중간중간에 여러개의 폭포로 이어진 개울이 있는데 물속이 깨끗하게 들여다 보일정도로 물이 너무 맑았습니다. 등산길 초입에 방갈로가 있고 바베큐를 할 수 있다는 안내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여름에 바베큐하고 계곡물에 발 담그러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척이나 가파른 등산로를 올랐더니 온몸엔 땀이 비오듯 하지만 오랜만에 기분좋은 땀을 흘렸습니다.
산을 내려오니 운동을 한 탓인지 배가 고픕니다. 집 옆에 있는 오래되고 조그만 스시집이 생각이 나서 오늘 저녁은 스시를 먹기로 했습니다. 長兵衛寿司(초우베이즈시)라는 곳입니다. 얼마전 이사하고 몇개월만에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시내의 회전초밥집이나 프렌차이즈 스시집과는 다른 분위기와 맛을 느낄 수 있어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족히 90은 넘어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가 구석에 계시고 할머니의 아늘내외로 보이는 분들과 일하시는 분이 계신 자그마한 가게인데, 들어서는 순간 아주 오래된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작은 가게에 손님이 많은 관계로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음식사진은 찍어봤습니다.
도미와 문어, 그리고 방어입니다. 아쯔깡(뜨거운 정종)과 함께 몇가지 주문을 해봅니다. 이 스시집의 특징은 왼쪽 위에 보이는 통에 든 특제 간장을 붓같은 걸로 스시위에 발라서 먹는 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스시집에서 간장에 와사비를 풀어서 먹는 것과는 다른 방식인데 일본 살면서 이렇게 먹는 스시집은 저도 처음입니다. 간장이 특별히 맛이 있다 없다라고 말하할 수 없을 정도로 짜지 않으면서 생선맛을 살려주는 묘하게 감칠맛을 내주고 있습니다. 생선의 육질도 좋고 신선한 맛이 납니다.
이 곳의 연어초밥은 사진처럼 녹색 띠를 두르고 나옵니다. 시소 혹은 오바 라고 부르는 잎야채인데 우리나라의 깻잎처럼 독특한 향이 납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향이므로 거리낌없이 먹을 수 있었지만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그냥 연어만 올라간 스시만 먹다가 이렇게 먹으니 시소의 향과 함께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복어회가 있다고 하여 주문을 하였습니다. 일본에서 복어요리집을 가면 대부분 폰즈를 사용하는데, 스시에도 폰즈를 뿌려주고 있습니다. 복어랑 폰즈랑 맛의 궁합이 좋은 것인지, 어딜가나 복어요리는 폰즈랑 같이 먹네요. 쫄깃한 식감과 폰즈가 어우러진 맛있는 스시였습니다.
카니미소스시도 다른집과는 조금 달랐는데, 보통은 카니미소와 오이를 얹어 김으로 둘러서 만들지만 이곳은 거기에 더해 게살을 얹어서 줍니다. 카니미소 특유의 진한 향과 맛이 혀를 즐겁게 합니다.
운동 후 공복에 뜨거운 술이 들어가서인지 취기가 빨리 옵니다. 추가로 이것저것 더 주문을 해서 먹고는 마지막으로 차항무시(계란찜)을 시킵니다. 지난번 왔을때 차항무시가 너무 맛있었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고민을 좀 했는데 결국 주문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차항무시는 어딜가나 한국의 계란찜과는 다르게 푸팅처럼 부드럽고 녹는듯한 식감을 가집니다. 그 속에 해물이나 고기등을 넣어 만들기도 하는데 이곳의 차항무시는 맛있기도 하지만 내용물이 많이 들어있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떠먹을 수 있게 나무로 만든 작은 스픈을 주는데 굉장히 부르럽습니다. 표면에 보이는 버섯과 야채외에도 먹을 수록 각종 생선살, 새우, 은행, 조개살 등이 차례로 등장합니다. 따듯하게 한그릇 비우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문앞에까지 따라나와서 아리가또고자이마스라며 연달아 허리숙여 인사하는 주인 내외에게 같이 인사를 건네고는 집으로 향합니다. 훨씬 연세가 드신 분들이 젊은 사람에게 이렇게 깍듯이 인사를 하시니 일본에 오래 살고 있으면서도 괜히 죄송스럽고 아직 적응이 잘 안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