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는 남자

아는 분께서 스마트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를 맡겼더니 새 기계를 주더라면서 각종 설정과 앱 설치를 해달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연세가 드신 분들은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깔려있는 앱을 사용은 하지만 설치나 설정을 못하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이라 해 드리고 가려고 잠시 들렀더니 각종 이메일 주소며 아이디, 비밀번호까지 아무것도 기억을 못하셔서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저기 뒤져서 적어둔 메모를 찾고, 아이디 찾기, 비밀번호 찾기, 그래도 없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나 메일주소를 만들어서 겨우 다시 사용하실 수 있게 해 드렸습니다.


고맙다며 저녁을 사주신다기에 따라간 곳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 우리는 삼겹살과 소주를 주문합니다.



가급적 집에서 밥을 해먹고, 특히나 한국음식은 대부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식당을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삼겹살 굽는 냄새를 맡으니 식욕이 돋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 곳의 특이한 점을 발견하였는데, 바로 불판위에 올려진 기름종이처럼 생긴 종이입니다. 이 곳의 단골이신지 삼겹살 구울때 저렇게 불판위에 종이를 깔면 고기가 눌러 붙지도 않고 맛있게 굽히며 나중에 불판 닦기도 수월하다며 설명을 해주십니다. 이렇게 굽는 삼겹살은 일본에서 처음 봤기에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를 하며 고기를 구워봅니다. 반찬으로 나온 파김치를 보니 확실히 한식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늘도 올리고 삼겹살이 구워지면서 흘러내린 기름에 김치와 콩나물도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습니다. 김치 굽는 냄새와 삼겹살 굽는 냄새의 하모니는 식욕을 마구마구 자극합니다. 집에서는 이런 냄새와 비주얼이 잘 안나오는데 그래서 삼겹살은 가게에 가서 먹어야 제맛인가 봅니다.



구우면서 불판에 올려진 기름종이를 보니 기름이 빠지도록은 되어 있는데 종이가 기름을 먹고 있어서인지 고기가 구워진다는 느낌보다는 튀겨진다는 기분이 듭니다. 다 구워진 고기를 입에 넣었더니 살짝 기름이 밴 맛이라 개인적으로는 종이 없이 불판에 바로 구운 고기가 맛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삼겹살은 언제나 진리입니다. 상추와 깻잎, 구운 김치와 마늘, 풋고추, 파절이등을 곁들인 쌈에 소주 한잔은 기분좋게 하루의 피로를 날려줍니다. 고기를 더 추가하고 된장찌개와 공기밥, 서비스로 나온 계란찜까지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역시 한국사람은 한국음식을 먹어줘야 하는지 아주 든든하고 기분좋은 식사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한국음식을 잘 안먹게 되는 이유가 몇가지 있는데, 일본인 입맛에 맞추려고 해서인지 한국인 입맛에 아주 맛있게 잘 하는 집이 별로 없다는 점과, 또 하나는 가격입니다. 최근에는 그나마 조금 저렴하게 파는 곳도 많이 생겼지만 아직 대부분의 한국식당에서 소주를 한병에 천엔정도에 팔고 있으며 음식 대부분이 한국보다 많이 비싼편입니다. 오히려 일본 음식점에서 한국요리나 한국 술을 더 싸게 제공하고 있는것이 아이러니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싸게 판다고 해도 맛을 따라 올수는 없죠. 파김치에 마늘까지 먹어서 일본인들이 냄새난다 할지 모르지만 상관없습니다. 역시 한국인 입맛에는 한국요리가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