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시간에 맞춰 저녁먹자고 후배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최근 다이어트를 위해 집까지 걸어다니는 제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찾아온 후배는 오자마자 가방에서 뭔가를 잔뜩 꺼내 놓습니다. 한국에서 형이 와서 함께 기후현의 스키장에 스노우보드를 타러 다녀왔다며 오미야게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초코파이랑, 땅콩 박힌 과자, 쇼콜라, 초콜렛 등이 있는데 가장 큰 상자가 메인입니다. 야마가타라는 지방의 미소라면이라는데 3인분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상자가 엄청 묵직한데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합니다.
이렇게 선물을 건네고는 배고프다며 밥먹으러 가자며 졸라댑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한국에서 형이 왔을때 함께 다녀온 맛있는 돈카츠집이 있다며 가자고 합니다.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고 해서 돈카스를 먹기로 결정하고 출발합니다. 사실 저는 저 라면을 먹어보고 싶었지만 다른날 먹어야 겠습니다.
드디어 도착, 돈카츠 히로키 입니다. 처음 와보는 이곳은 굉장히 한적한 주택가에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장사가 될까 싶은 생각이 드는데, 후배 말로는 형이랑 런치타임 왔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한참을 기다렸다고 하는데, 저희가 갔을 때는 한가했습니다. 20명도 채 못 앉을 그다지 크지 않은 가게입니다. 메뉴를 볼 것도 없이 알아서 맛있는 걸로 시키라고 했는데, 후배가 당황합니다. 지난번 주문했던 새우튀김이 추가된 돈카츠가 품절이라고 합니다. 저는 보지못해서 모르겠지만 새우튀김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다음에 한번 일찍 와 봐야 겠습니다. 아쉽지만 저희는 히레카츠와 에비크림고로케를 주문했습니다. 후배가 고로케도 맛있더라며 추가로 주문을 한 것입니다. 주문을 하고 보니 특이하게도 이 가게의 돈카츠는 로스카츠는 없고 히레카츠밖에 없습니다. 가끔 히레카츠도 먹으면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로스카츠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10여분 후에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가장 먼저 양배추가 눈에 들어옵니다. 양배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냥 모양만 봐도 억세 보입니다. 채칼을 쓰지 않고 직접 칼로 썰은 것 같은데 무딘 칼로 썰었는디 거칠어 보였는데 먹어보니 역시 억세서 씹기가 불편합니다. 그런데, 밥과 함께 나온 미소시루가 정말 맛있습니다. 진하지 않은 미소시루에 미역과 키쿠나가 들어 있는데 그것보다 갈아서 넣은 유자껍질의 향이 미소시루와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돈카츠를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는 맛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돈카츠도 상당히 맛있습니다. 얇은 튀김옷은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고기도 히레라 그런지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여기는 특이하게 소스를 뿌려주는데 한국 돈까스집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돈카츠 소스도 맛있지만 함게 플레이팅 된 겨자를 살짝 곁들여 먹으면 더욱 맛있습니다.
에비크림고로케를 반으로 갈라봤습니다. 생각보다 큼직하고 두툼한 고로케는 속이 꽉 차 있습니다. 사진에서도 튀김옷이 굉장히 얇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튀김류를 먹을 때 튀김옷만 두껍고 속은 별로 차 있지 않을때 가장 실망하는 저로써는 대만족입니다. 소스와 함께 한 입 먹어보니 아주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속의 크림도 점도가 묽지 않아서 흘리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었으며, 특히 듬성듬성 갈지 않은 새우살 그대로가 들어 있어 통통 터지는 새우의 식감을 느끼면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만제 돈까스에서 6시간을 기다려서 먹을만큼 돈카츠를 좋아하는 후배녀석이 맛있다고 해서 따라와 봤는데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사실 만제 돈카츠를 다녀왔을 때는 기대보다 별로였다는 평이었는데, 만제까지 가서 몇시간이나 줄서서 기다릴 바에는 여기에서 먹겠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는 만제 돈까스를 아직 먹어보지 않았으므로 비교불가입니다. 가보고는 싶은데 멀기도 하고 몇시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하니 그다지 내키지가 않네요.
아뭏튼 덕분에 저녁을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품절된 왕새우튀김을 못먹어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집에서 멀지 않으니 언제든 갈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