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라고 집으로 놀러온 M군이 배가 고프다하여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 언젠가 블로그에서 본 오사카성 근처 맛집이라고 소문난 카레우동집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평소 카레를 워낙 좋아하던 우리는 그 곳으로 가기로 결정을 하였으나 왠지 조금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대만, 미국 등 최근 다녀온 해외여행지에서 주로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얻고 다들 맛집이라고 추천하는 곳을 찾아갔으나, 만족스럽게 먹었던 기억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블로그 맛집 정보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처럼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많은 관광객들을 보게 되는데요, 최근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왜 저기가 맛집이라고 소문이 나서 저렇게들 찾아갈까 라는 의문입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다들 맛집을 찾아서 다니시겠지만 일본에 살고 있는 저도 어딘가 맛있다고 소문난 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나름의 맛집을 찾아내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만, 제가 일본에서 맛있다고 생각하는 가게, 혹은 일본인 사이에서 맛집이라고 소문난 가게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인만 많을 뿐 한국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 블로그에서 맛집이라고 소문난 일본 맛집은 언제나 일본인 보다는 한국인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일본에서 뿐만이 아니라 대만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현지인의 비율이 많은 맛집은 그나마 괜찮으나, 한국인이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맛집치고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어서 이번에도 살짝 불안을 안고 찾아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님은 단 두명, 그것도 한눈에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묘한 웃음을 띠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노부부가 경영하시는 듯한 가게이며 사진과 같이 카운터가 있고, 그 앞으로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단 노부부가 하시는 가게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이라 살짝 기대를 가지고 메뉴를 들여다 봅니다.
메뉴판
이렇게 일본어로 쓰여진 메뉴가 테이블마다 놓여 있습니다. 저희가 먹고 있는 동안에 다른 한국 손님들이 들어왔으며, 그들에게 다른 메뉴를 가져다 주시는 것으로 보아 한국어 혹은 영어 메뉴판도 준비가 되어 있는 듯 합니다. 저희는 돈카츠카레우동과 카니코로카레우동을 주문했습니다. 기본 카레우동에 토핑으로 돈카츠, 카니크림고로케를 얹어서 나오는 메뉴입니다.
돈카츠카레우동
카니코로카레우동
돈카츠카레우동과 카니코로카레우동입니다. 돈카츠는 다들 아실테고, 카니코로라고 하는 것은, 카니크림고로케의 줄임말입니다. 속을 게살로 만든(혹은 게살맛)크림으로 채운 코로케를 카니크림고로케라고 하며 고로케 중에서는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먹을때는 속의 크림이 매우 뜨거우므로 조심해서 먹어야 합니다.
카니크림고로케는 맛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게의 풍미가 조금 부족한듯 하여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본 카레 전문점은 대부분 돈카츠를 토핑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 많은데 돈카츠 전문점 수준은 아니더라도 카츠가 굉장히 맛있는 가게들도 있지만, 토구마사는 돈카츠가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는 않지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토핑이 아니라 카레우동이 되겠습니다. 일단 주문한 카레우동이 나왔을때 여기는 뭔가 틀리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껏 먹었던 카레우동은 토쿠마사의 카레우동보다 카레국물이 훨씬 많았기 때문입니다. 사진처럼 흰 면이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니라 면이 카레국물속에 잠겨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습니다. 먹으면서도 이건 카레우동인지 카레비빔우동인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카레국물이 적습니다. 또한 카레가 미지근 합니다. 토쿠마사만의 스타일일 수도 있으나 뜨끈뜨끈한 카레국물을 원했던 저로써는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제 맛을 보기 위해 카레우동을 본격적으로 먹어봅니다. 맛있습니다. 그냥 나쁘지 않게 맛있습니다.
카레자체의 맛으로만 애기하자면 맛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면의 굵기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카레와의 조합이 좋지 않습니다.
처음 입에 넣었을때는 괜찮네라고 느끼지만, 씹을수록 카레맛은 사라지고 면의 밀가루 맛만 납니다. 면의 탄력이나 쫄깃함 등 면빨도 칭찬할 수준은 못됩니다.
차라리 면이 아니라 밥에 더 어울릴것 같은 카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는 카레우동을 쉽게 먹을 수 없지만 일본에서 카레우동을 먹다보면, 카레라이스용 카레와 카레우동용 카레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걸 알게 됩니다. 보통 집에서 만들어 먹는 카레로 카레라이스가 아니라 카레우동으로 한번 먹어보시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저희가 다 먹고 계산할 때까지 가게는 거의 손님으로 가득 찼습니다. 혼자 온 일본인 손님 한분을 제외하면 처음 가게에 들어섰을때 계셨던 한국인 두분을 포함 전부 한국인 손님이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한국분들이 특정 가게를 가득 메우는 것을 보며 블로그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저도 여행을 하면서 블로그를 많이 참고했으며, 그 가득 메운 한국인들 중 한명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입맛은 개인차가 심하므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 근처에 숙소가 있거나 지나는 길에 배고프면 먹을 수는 있겠지만 일부러 찾아가서, 심지어 줄서서 먹을 만큼의 맛집은 아니라는 것이 저와 M군의 결론입니다.
틈나는 대로 제가 맛있게 먹었던 맛집들을 포스팅 해보겠습니다. 당연스레 가던 곳이라 사진을 찍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긴 합니다만, 가급적 사진을 첨부하여 포스팅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입맛은 주관적인 것이라 어떤이에게는 맛있는 음식도 어떤이의 입맛에는 안맞을 수 있다는 점 고려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